- 권은희 의원·미래부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방향 공개, 의견수렴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정보보호산업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보보산업진흥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권은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새누리당)과 정보보호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을 위한 사전 공청회 성격을 띤 자리로, 미래창조과학부와 보안업계 대표·임원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법률안 초안은 이미 마련된 상태로, 권 의원은 미래부와 KISA의 협조를 받아 내년 1월 중 법안을 확정해 국회에 발의할 방침이다.
권은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I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가 아주 중요하지만 정보보호산업은 너무 열악하다. 지원 예산도 대책도 부족하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정보보호 산업을 의도적으로라도 진흥하기 위해 ‘정보보호산업진흥법’을 추진하게 됐다”고 법 제정 취지를 밝혔다.
◆정보보호산업 활성화 위한 현행법체계 미흡=이번에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관련산업의 활성화 필요성이 증대된 것에 비해 현행 법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뒷받침 돼 있다.
현재 정보보호산업 관련규정은 정보통신 전반에 관한 진흥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여러 법률에 포함, 산재돼 있다. 따라서 정보보호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펼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정보보호산업계과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정보보호 산업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할 법적근거가 될 별도의 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상당히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날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 방향을 소개한 강달천 KISA 법제연구팀장도 “현재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ICT진흥특별법)’과 ‘정보통신산업진흥법’에서 정보보호 및 보안 관련사항이 포함돼 있으나 정보보호산업 진흥체계를 확립하고 육성하기에는 미흡하다”면서 별도의 진흥법 제정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이날 박재문 정보화전략국장이 대독한 환영사를 통해 “안전한 사이버강국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보보호 산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정보보호 제품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도 1.8년 벌어지고 있다. 3D업종으로 인식돼 인력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보보호산업 육성정책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차관은 이어 “정보보호산업 백년대계를 위한 정보보호산업진흥법 논의는 시의적절하다”며 “정보보호산업이 창조경제의 근간인 ICT 산업 발전의 첨병이 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조규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장 역시 “그간 여러 정보보호관련 법제도가 추진돼 왔지만 일관된 정책을 진행하기엔 부족했다”며 “산업계는 새로운 진흥법안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정보보호 예산 확대와 유지관리 합리화를 위한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돼 산업 발전의 전기가 될 법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보호 시장 확대, 경쟁력 강화 기반 조성=현재 마련 중인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안에는 정보보호 시장 확대 기반 조성부터 관련기술 경쟁력 강화, 정보보호 전문인력 양성, 글로벌 정보보호 기업 육성 등 국내 정보보호 산업 발전과 정보보호 수준 향상에 필요한 포괄적인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법안에는 정부가 3년 단위로 정보보안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을 시행하기 위한 필요재원 확보 규정을 명시할 예정이다. 정보보호 제품·서비스 수요를 증대할 수 있도록 공공 수요 촉진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가기관 등의 정보보호 구매수요 정보와 시스템 구축 계획을 정보보호 기업에 제공하는 등도 추진한다. 정보보호 전문가 노임단가 규정, 부당한 발주행위 방지 조치 등의 내용도 담겠다는 방침이다.
또 융합형 정보보호 기술서비스 개발 촉진 시책 수립·시행 방안도 포함하기로 했다.
정보보보호 산업 진흥 기반 조성을 위해 기술개발, 투자 촉진, 표준화 추진 사업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전문인력 양성 시책도 추진한다. 또 제품·기술과 서비스 등의 품질인증, 우수 제품·서비스 지정을 통한 우선구매 지원, 정보보호 기업에 대한 자금융자와 수출·세제 지원 근거도 넣기로 했다.
정보보호서비스 전문업체 지정·관리 제도 도입과 정보보호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영업이익 침해 금지, 손해배상청구권 등의 규정도 담을 예정이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원론적인 진흥법 제정 필요성에서부터 보완해야 할 점, 그리고 특별법이 되기에는 미흡한 점까지 여러 의견이 나왔다.
토론자로 참여한 원유재 미래부 정보보호 CP는 “올해 기준 우리나라 정보보호산업은 미국에 비해 1.5년의 격차가 벌어져 있고 기술수준은 79.9%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2.18년, 73% 수준으로 우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서 “미래부 R&D 예산 4000억 가운데 정보보호는 7% 수준이며, ETRI R&D 예산 5000억 가운데 정보보호는 196억으로 3.5%로, 기술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정보보호산업 육성법 제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원 CP는 “우리는 외국과 비교해 서비스보다는 기술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면서 “해커는 지능을 써서 최신 공격기법을 사용하지만 방어기술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서비스 시장을 넓히는데 이 법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오승곤 미래부 정보보호정책과장은 “정보보호는 앞으로 국민 생활과 사회 안전, 국가 존립에 있어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 측면에서 정보보호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별도 진흥법이 필요하다”며 “ICT 산업의 일부 요소로 이렇게 중요한 정보보호 산업을 육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물리보안 포괄해야, ICT진흥특별법과 차별화 필요=이 법이 물리보안, 융합보안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ICT진흥특별법 등 기존법과의 유사성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영수 한국디지털CCTV연구조합 부이사장은 “법 자체가 정보보호에만 치중돼 있다. 물리보안, 융합보안 산업을 등한시 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하면서 “물리보안 산업 육성 의지가 반영된 법안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부이사장은 “현재 물리보안 업체 수는 400여개나 되고 매출이 4조원에 달하며, 수출액은 1조7000억에 달하는 큰 산업군이지만 정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장훈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 부회장도 “교수 등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 법안의 정보보호산업 정의에는 물리보안, 융합보안이 포함돼 있지 않고 정보보안에만 치중돼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전세계 물리보안 산업의 50대 기업 가운데 9개가 한국기업이고 시장도 큰 물리보안과 융합보안까지 포괄해 전 산업을 포괄하는 법으로 명확히 정리한 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종수 고려대 교수는 “이 법안은 ICT진흥특별법과 아주 유사하다. 거의 복사한 수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며 “ICT 특별법에는 정보보호 분야를 포함한다는 것을 전제로 기본계획 수립 등 여러 제도와 지원책, 표준화, 품질인증까지 이미 명시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점에서 박 교수는 “정보보호산업진흥법이 별도 존재해야 할 필요성과 정당성을 명확하게 부각하고, 중첩되는 부분을 빼는 것을 제정작업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강달천 팀장은 “ICT진흥특별법과 차별화에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고 가능하면 내용이 겹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러 의견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권 의원과 논의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은 “ICT 산업에는 많은 분야가 있다. 그 가운데 활성화 필요성이 있거나 특별한 경우 별도의 진흥법을 만든다”며 “정보보호 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인식과 실천이 못 미친다는 점에서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모두 검토해 가능한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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