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극화 트렌드 활용, 전체 백색가전 회복세 뚜렷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생활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오는 6일(현지시각)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2013’을 통해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 1위 달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유럽은 생활가전의 본고장이나 다름없다. 세계 최초의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이 모두 유럽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로 퍼졌다. 그만큼 생활가전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고 소비자나 관련 업체 모두 역사와 전통을 중요하게 따진다.
또 다른 특징은 소형 백색가전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전동칫솔을 비롯해 커피메이커, 에스프레소 머신, 제모기, 블렌더 등이 대표적이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웰빙과 관련된 요리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유럽 외 업체와 경쟁은 불가피=유럽발 경제위기는 유럽 전체의 생활가전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 2년 동안 서유럽은 부진, 동유럽은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보면 된다. 생활가전은 성장과 변화속도가 느리다. 경제위기 직후보다는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생활가전 업계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멘스의 경우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같은 독일계 업체인 보쉬도 마찬가지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중국 업체와 유럽에서 직간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유럽 전체로 보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대형 백색가전은 2010년에서 2011년까지 1.6%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소형 백색가전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0.1% 역성장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 주요 국가의 소형 백색가전 성장이 꾸준히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국내 업체가 서유럽에서 소형 백색가전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LG전자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소형 백색가전 시장을 외국계 업체에 모두 내줬고 가지고 있는 제품 라인업도 다양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로봇청소기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주력해야할 제품으로 분류된다. 하루아침에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고데기, 제모기 등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요리가전, 청소기 등 활로 찾아야=올해 유럽의 개인 주택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이에 따라 대형 백색가전 시장도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유럽 외 업체와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력소비량이 최소화한 친환경 생활가전을 비롯해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을 한층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실제로 냉장고에서 서리가 맺히지 않도록 하거나 오븐은 건강식을 고려한 레시피, 인덕션 효율을 높인 전기레인지가 서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각기 등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2016년까지 에어트리트먼트 시장이 가장 활발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리가전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유럽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서유럽에서 나쁘지 않은 분위기이며 소비자 1인당 소비는 다른 소형가전 카테고리보다 높게 나타났다. 2008년 청소기 시장을 앞질렀으며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인당 소비가 32%, 2011년에서 2016년은 26% 성장이 기대된다.
정리하면 서유럽은 개인 주택경기의 회복세에 따라 대형 백색가전, 특히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프리미엄 생활가전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이지만 빌트인에 약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프리스탠딩, 그러니까 빌트인 가구와 함께 배치되지 않는 제품을 중심으로 패키지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백색가전의 경우 진공청소기, 로봇청소기가 주력이다. 로봇청소기와 함께 침구청소기는 틈새시장 공략에 적당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겠지만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요리가전과 빌트인, 프리스탠딩을 적절히 조합해야 서유럽에서의 생활가전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나라별 유통환경이 제각각이므로 지역에 알맞은 온오프라인 유통 체계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편 올해 유럽 생활가전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부 유럽 국가의 생활가전 생산량은 더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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