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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그 달콤한 유혹…이통3사 셈법은 제각각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 보조금 빙하기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주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린 것을 비롯해 과열경쟁을 주도한 KT에 단독으로 영업정지 일주일이라는 사상초유의 징계를 내림에 따라 뜨거웠던 이통시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이통3사는 과열 보조금 경쟁에 대해 모두 한결같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쟁사 마케팅에 대응하다보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언젠가는 빙하기의 얼음이 녹고 훈풍(?)이 불어오겠지만 방통위의 중징계를 바라보는 이통사들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이통사가 보조금경쟁을 반대한다고?=이통3사는 표면적으로는 보조금 경쟁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가장 확실하게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수단이 단말기 보조금이라는 점에서 보조금 지급을 무조건 반대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정착되면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단말기 가격은 대폭 늘어났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통사들의 영업행태는 상당수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고가의 요금제 가입유도를 통해 이익을 보전받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들, 특히 2G 등 음성통화 중심의 가입자를 스마트폰 요금제로 전환시켜야 하고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는데 보조금만큼 좋은 유입수단이 없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도끼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조금을 살포하며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절대강자인 SK텔레콤이 굳건히 점유율 50%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은 가입자 증대에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후발사업자들은 점유율 규제가 없지만 SK텔레콤은 지배적 사업자 지위때문에 사실상 시장점유율 50%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보조금 가이드라인 상향조정 의미는?=지난 18일 방통위가 이통3사에 과징금 669억원에 KT에 일주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전체회의에서 LG유플러스는 현행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정해져 있는 27만원 한도를 3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방통위 상임위원들로부터 호된 꾸지람만 돌아왔지만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높은 스마트폰 가격을 감안할 때 최저 보조금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 의견에 동조할까?

SK텔레콤 관계자는 "기대수익이 과거에 비해 4만원이 감소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보조금 27만원을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는 과거에 비해 기대수익이 증가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며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1년전만해도 LTE 투자에 가입자 모집에 상당한 비용을 쓰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고가 LTE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돈안되는 2G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보조금을 더 쓰더라도 LTE 가입자를 모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

◆방어에만 집중하는 SKT, 위기의 KT=반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대부분 후발사업자들의 공세를 방어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SK텔레콤은 조기 3G, LTE 시대를 원하지 않았다.

브랜드 가치, 고객 충성도가 가장 높은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자사 가입자 이탈만 방지해도 충분하다. 굳이 경쟁사가 가입자를 뺏아가지 않는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역대, 현 SK텔레콤 CEO는 모두 "시장점유율 50%만은 포기 못한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무한정 보조금 경쟁을 펼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상유지만 하면 그만이다.

KT는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입장이다. LTE 시대에서 유일하게 가입자, 점유율이 감소했다. 여기에 네트워크, 주파수 경쟁력도 아직까지는 열위다. 보조금이라도 없으면 하락곡선은 더 가파르게 꺾일 수 있다.

한 방통위원의 경쟁자제 통화, 문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도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참고 : 양문석 위원은 이통3사에 경쟁자제 통화 및 문자를 발송한 바 있다. KT만 답이 없었다)

게다가 이제는 정부 눈치보느라 보조금 경쟁을 벌일 수도 없다. 그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른다.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1.8GHz 인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면 네트워크 경쟁력을 일거에 획득할 수 있다.  

방통위의 중징계 때문에 당분간, 최소한 3분기 중에는 이동통신 시장은 조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은 4분기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진원지는 또 다시 KT다. KT가 이번에는 보조금 과열경쟁으로 단독 영업정지를 맞았지만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할 경우 4분기에는 보조금 전쟁이 아닌 네트워크 전쟁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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