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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슈퍼컴, 순위가 아니라 활용이 중요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얼마전 발표된 ‘제 41차 전세계 톱(Top) 500 슈퍼컴퓨터 리스트’에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슈퍼컴퓨터의 순위가 모두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전세계 슈퍼컴퓨터의 기능 개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보유중인 슈퍼컴퓨터의 순위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컴퓨터의 순위가 그 나라의 IT경쟁력을 가늠하는 절대 척도는 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및 콘텐츠 개발에 있어 컴퓨팅 파워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따라서 슈퍼컴퓨터가 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 혹은 기업만의 랭킹따먹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순위와 상관없이 이미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국내의 경우 기상청 등 고유 업무에 사용하기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슈퍼컴퓨터 활용은 산업과 학계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중소기업 등 슈퍼컴퓨터 활용이 어려운 곳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국가슈퍼컴퓨터를 설치해 국가연구개발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중소기업 기술개발에 필요한 관련 소프트웨어가 다양하면서도 고가이고,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 부족으로 실제 중소기업에서의 슈퍼컴퓨터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최근 인텔과 LG엔시스, 덱스터디지털은 개봉 예정인 국산 최신 3D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CG)를 제공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슈퍼컴퓨팅 자원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3사는 이를 통해 헐리우드 수준의 CG구현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CG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이 결정할 것이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CG작업을 국내 기술로 이뤄내 비용절감은 물론 향후 업계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와 슈퍼컴퓨팅의 만남은 초기 비용 부담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능상으로 전세계 수위에 위치하고 있는 슈퍼컴퓨터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더라도 기업이나 학계가 보유한 컴퓨팅 파워보다 월등한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슈퍼컴퓨터의 순위는 한 나라의 IT경쟁력을 파악하는데 큰 의미를 차지하진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제대로 접목시키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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