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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MS와 거리 두는 HP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24일(현지시각)부터 중국 베이징 케리센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HP 월드 투어’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HP는 자사 최초로 안드로이드를 내장한 일체형PC ‘슬레이트21’을 공개했다.

HP와 구글의 밀월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행사에서 HP 멕 휘트먼 CEO(최고경영자)는 자사의 하드웨어와 관리 시스템을 구글앱스와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악하고 있는 오피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다.

전 세계적으로 PC가 불황이라지만 HP는 꾸준히 1위를 지켜왔다. 연간 출하량으로만 봐도 절대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HP는 MS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으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크롬북’을 포함해 안드로이드 태블릿 ‘슬레이트7’, 그리고 일체형PC에 이르기까지 비윈도 계열 제품이 부쩍 늘었다.

어느 순간에서부터 MS는 윈도에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끼우기 시작했다. 90일 무료체험 버전은 물론이고 윈도8와 터치스크린 장착 PC의 보급을 위해 보조금까지 뿌리고 있다. 10인치 이사 화면 크기를 가진 노트북에 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와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장착한 제품을 출시하면 윈도8 라이선스 비용을 깎아주고 오피스2013도 무료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1위 PC 업체인 HP가 구글앱스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MS 입장에서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HP의 구글앱스 도입은 오피스 환경이 많은 중견중소기업(SMB)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휘트먼 CEO는 “이러한 시도(구글앱스 도입)가 고객의 IT 환경을 단순화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상 MS에게 비수를 날린 셈이다.

HP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PC 출하량 4위에서 10위 사이에 위치한 에이수스, 에이서 등도 안드로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윈도8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내장한 ‘아티브Q’를 공개한바 있다.

오랫동안 PC 업계는 ‘인텔 CPU+윈도 OS’가 당연시 되어 왔다. 소비자는 해당 CPU와 OS가 내장된 PC의 품질을 높게 평가하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 특히 HP의 움직임을 보면 윈도와 오피스로 대변되던 MS에게 적지 않은 고민이다.

이는 새로운 PC 시대를 업계가 요구하고 있고 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누가 승리자가 되던 소비자가 가장 큰 수혜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겠지만 말이다.

<베이징(중국)=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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