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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한 7630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IDC가 1994년 시장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PC 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PC 시장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업계가 ‘교체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이 지난 구형 PC는 아직 충분히 쓸만하기 때문에 바꿔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PC를 구입할 돈으로 스마트폰을 최신형으로 바꾸거나 태블릿을 구입한다.
올해로 33회째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팅 전시회인 컴퓨텍스는 PC 산업의 활황과 더불어 매년 2~3%씩 규모를 늘려왔다. 그러나 올해 이 전시회의 규모는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PC 시장의 성장 둔화가 컴퓨텍스 전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만에는 폭스콘, 페가트론, 컴팔과 같은 전자제품위탁생산(EMS) 업체와 메인보드 생산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사실상 인텔이 꾸민 PC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지인 셈이다. 인텔은 매년 상반기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내놓고 대만의 하드웨어 협력 파트너들과 제품 출시 일정을 논의한다. EMS 업체들은 인텔과 보드 협력사로부터 신형 칩과 메인보드를 받아 다양한 레퍼런스 디자인을 내놓는다.
애플을 제외한 HP, 델, 레노버 등 글로벌 PC 제조사들은 EMS 업체들이 만든 레퍼런스 디자인 중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골라 공급 계약을 맺고, 제품을 받으면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PC 업계 종사자들이 덥고 습한 6월이면 대만까지 날아와 컴퓨텍스 전시회를 찾는 이유는 이러한 PC 설계, 생산, 공급 프로세스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노트북 가운데 90%는 대만 EMS 업체들이 생산한 것이다.
올해 컴퓨텍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톰 킬로이 인텔 수석 부사장은 “우리(인텔)는 반도체 생산, 설계, 소프트웨어라는 마법(기술)을 가졌고, 여러분(대만 파트너)은 디자인, 제조, 확산이라는 마법을 가졌다”라며 “힘을 합쳐 혁신을 이루고 함께 성장하자”라고 호소했다.
인텔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2-in-1(노트북과 태블릿의 장점을 하나로 합친 제품) 디바이스는 혁신적 폼팩터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접으면 탭, 펼치면 북’ 같은 2-in-1 디바이스를 보고 구매 충동을 느낀 소비자가 많았다면, PC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형 하스웰 프로세서를 달고 나온 2-in-1 디바이스의 기구 설계는 작년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어떤 제품은 조잡하기까지 했다. 대만 하드웨어 파트너사를 향한 톰 킬로이 수석 부사장의 호소가 ‘잘 좀 만들어보라’는 꾸짖음으로 들린 이유는 명확하다. 혁신은 저 먼 곳에 있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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