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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째 검토만…와이브로 미래는 없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우리 통신기술이 대거 반영된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가 계륵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가입자는 100만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이미 사업자들은 사실상 와이브로 사업을 접은 분위기다.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트래픽 분산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전부다. 정부는 수년째 명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와이브로 가입자는 올해 2월말 기준으로 KT 93만명, SK텔레콤 11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서비스 상용화 6년만에 100만 고지를 돌파한 이후 소폭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비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진한 성적이다.

다만, 와이파이 백홀(Backhaul)망으로 이용되면서 트래픽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KT의 와이브로 트래픽은 2월말 기준으로 2354테라바이트(TB)에서 1년사이 2807TB로 늘어났다. SK텔레콤 역시 276TB에서 463TB로 급증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와 당초 목적을 감안할 때 와이파이 백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기대 이하의 성과이다.

향후 미래도 밝지 않다. 3G 스마트폰 시대 데이터 통신용 수요가 발생했지만 LTE 시대에 접어들면서 속도도 뒤처지면서 고속 무선인터넷에 대한 장점도 사라졌다. 현 사업자 체제에서 와이브로 어드밴스드로 진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와이브로에 대한 외면은 더 심화될 수 있다.

하지만 와이브로 출범을 주도했던 정부는 여전히 와이브로 정책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 증가가 정체에 있자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와이파이 백홀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 전부다.

지난 몇 년간 재난안전망 도입 여부, TD-LTE 전환, 제4이동통신 출범 등 와이브로 활성화에 대한 의사결정 기회가 있었지만 이 중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TD-LTE 도입의 경우 KT와 SK텔레콤에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결정할 당시인 지난해 초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방통위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들이 있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후 KT가 와이브로 주파수를 LTE 용도로 활용하자고 주장했지만 당시 방통위의 대응은 “주파수를 반납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는 와이브로 기반의 제4이동통신 출범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물론, 제4이통 예비 사업자들이 평가 결과 재무적 안정성, 기술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심사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 절차가 베일에 가려져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최근 KMI 컨소시엄이 심사결과와 관련해 방통위에 공개질의서를 제출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근 미래부의 업무보고에서도 와이브로는 찾을 수 없다.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가인터넷 보급, 무료 와이파이존 확대, LTE어드밴스드 등만 찾을 수 있을 뿐 와이브로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그동안 TD-LTE 전환 등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지만 당장 어떻게 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며 “새로 미래부가 출범하고 조직 구성이 마무리 된 만큼,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와이브로 정책은 시장상황도 보고, 전문가 의견도 듣고 종합적으로 봐야 할 사안”이라며 “두루두루 보고 의견도 많이 듣겠다”고 덧붙였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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