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인화’를 강조하는 LG가 녹록치 않은 외부환경에 그룹의 주력 사업들이 정체현상을 보이자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29일 LG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강유식 ㈜LG 대표이사 부회장<사진 왼쪽>이 LG경영개발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부회장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에선 손을 때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 부회장의 이번 이동으로 지주회사 ㈜LG는 구본무 회장, 강 부회장, 조준호 사장 3인 공동 대표 체제에서 구 회장과 조 사장 2인 체제로 변경된다. LG의 관계자는 “조 사장이 강 부회장의 뒤를 잇겠지만 LG경영개발원에서 여전히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10년 이상 LG 그룹의 경영을 이끈 구본무 회장의 오른팔이다.
그는 99년 3월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재무구조 개선, 사업구조조정, 출자구조 개편 등 그룹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렸다. LG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성공적 전환을 진두지휘해 재무건전성과 경영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자를 유치, 필립스와 합작으로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LCD)를 출범시킬 때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15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등 궂은 일도 도맡아서 했다.
LG 안팎에선 이런 강 부회장을 구 회장에 이은 ‘2인자’로 불렀다. 이런 2인자가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에서 손을 땐다는 것은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강 부회장의 인사설은 최근 1~2년 사이 그룹 안팎에서 간헐적으로 흘러나왔었다.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가 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였다.
구본무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계열사 임원들에게 ‘구체적 목표 제시’, ‘철저한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인사 조치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갈망하는 구 회장의 의지가 묻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책임 경영’과 ‘성과 주의’ 기조를 심겠다는 의지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 인사에선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갖고 있었던 김반석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사진 오른쪽>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부회장은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5년 LG대산유화 사장에 이어 2006년 LG화학 사장을 맡은 뒤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니 CEO 역할만 12년째다.
LG화학은 앞으로 김반석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하고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이 CEO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LG의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는 현재의 경영환경이 위기라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엄격한 성과주의를 반영했다”며 “성과를 낸 인재는 과감히 발탁, 성과 창출에 진취적으로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세우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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