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오랜 만에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들어가본다. 사진첩에는 이상한 색으로 염색한 우스꽝스러운 10년 전의 내가 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모습도 보인다. 배경음악으로는 한 때 광팬을 자처했던 록밴드의 음악이 흐르고 있다.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도토리도 남아있다.
싸이월드에는 추억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의 삶의 기록이 싸이월드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억은 추억에서 그치기 마련이다. 이제는 싸이월드에 방문해 추억을 만끽한 후, 페이스북에 감상을 남긴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페이스북∙카카오톡 등으로 떠난 이용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 싸이월드3.0을 선보였다. 유선 웹은 일단 그대로 둔 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전면 개편했다. 모바일에 대한 늑장 대처가 싸이월드 위기의 최대 원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과연 싸이월드3.0은 떠나간 일촌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한명수 SK컴즈 UX센터장은 싸이월드3.0에 대해 “버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실 싸이월드는 지난 10년 넘게 계속 새로운 것을 추가해왔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복잡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줘야 할 핵심만 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를 두고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한다. 하지만 이용하는 양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최근의 SNS와는 많이 다르다. 싸이월드는 원래 하루에 몇 번씩 방문하는 사이트가 아니다. 오늘 새 사진이나 다이어리를 올리면 일촌들은 2~3일 뒤에 댓글이 달리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최근 SNS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툴에 가깝다. 아침에 올린 트윗에 오후에는 멘션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싸이월드의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는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가속화했고, 이런 흐름에 느린 싸이월드는 적응하지 못했다. 이용자들은 이틀 뒤에나 달릴 댓글을 기다리지 않는다. 페이스북에는 글을 올리고 나면, 10분 안에 ‘좋아요’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개편의 첫 번째 컨셉을 ‘라이브 커뮤니케이션’으로 잡았다. 느린 싸이월드에서 탈피해 최신 유행의 SNS에 버금가는 실시간성을 갖겠다는 것이다.
피드 형식으로 일촌들의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모아보기’가 이런 컨셉을 반영한다.
한 센터장은 “솔직히 2년전까지 정보가 모이지 않고 흐르는 페이스북이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이 이런 식은 아니라고 고집을 피웠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모아보기’ 기능이 있다고 해서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이 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는 기사를 링크하기도 하고,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적기도 하지만, 미니홈피에 정치적 의견을 적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린 글과 사진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싸이월드의 특징이다. 페이스북은 한 번 올린 게시물을 수정할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기능상의 차이를 넘어 감성의 차이로 작용한다. 싸이월드에 올린 일기는 두세 번 수정하고 다듬는다. 이 때문에 싸이월드의 콘텐츠들은 정보성이 아니라 감성 콘텐츠가 많다.
한 센터장은 “싸이월드에 정치 논쟁이 없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지만 쉼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싸이월드는 친구들끼리 비밀 이야기 하면서 쉬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3.0 개편 이후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1주일 동안 450만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졌으며, 전주대비 22% 순방문자 증가했고, 업데이트도 45% 증가했다.
한 센터장은 “싸이월드도 한 때 폭발적 인기를 경험한 바 있듯이 현재 SNS의 인기도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싸이월드는 근원적 관계성을 유지해 나가는 서비스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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