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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법조계에 IT전문가가 필요한 이유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답답하다.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사법부의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 해킹사고와 관련된 민사 담당 변호사들과 심리를 방청한 방청객들은 하나같이 ‘답답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이 답답해 한 이유는 간단하다. IT 시장에 대한 사법부의 이해도가 떨어져 원고측이 주장하는 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컴즈측의 데이터베이스(DB) 서버 접속 로그를 증거자료로 제출해달라는 원고 대리인의 요청에 사법부는 ‘로그(Log)’의 의미를 개인사용자의 로그인의 기록으로 이해했고, 이는 개인정보로 취급될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요청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국내 민사에서는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변론주의는 해당 사건의 사실과 증거의 제출은 당사자에게 일임해 법원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뜻하는 개념이다.

즉, 사법부를 이해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들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 소송자료를 준비하고 설명하는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론주의에만 입각한 심리는 IT산업의 입장에서도 사법부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v.애플 특허소송, 구글v.오라클 특허소송, HPv.오라클 특허소송, 오라클 반독점, MS 반독점 등 미국에서 진행됐던 심리에서 미 법무부는 필요에 따라 ‘IT 수업’을 진행했다.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하는 미국이지만 최종 판결은 결국 판사가 내리기 때문에 판사의 IT에 대한 기저지식도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4년에 있었던 오라클 반독점 소송에서 본 워커 미국 연방지방 판사는 법무부와 오라클, 피플소프트로부터 IT 수업을 받아 IT업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시 워커 판사는 “단순히 설명을 듣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저에 깔려있는 기술을 이해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할 때마다 사법부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산업군 이해를 증진시킬 강좌를 개설해 운영한다면, 분명 피해자 구제와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무덤에 들어갈 때 까지 배워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이야기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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