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EMC와 레노보가 손잡고 서버 및 스토리지 부문의 협력을 발표한 이후, 이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를 계기로 EMC가 서버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 때문.
앞서 지난 1일,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러한 협력에 따라 EMC는 자사의 스토리지 제품에 델 서버 대신 레노버의 서버를 내장하고, 레노버는 EMC의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제품을 재판매하게 된다. 또한 서버 비즈니스에 대한 공동 연구 및 개발도 지속하게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EMC가 서버 분야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MC는 최근 ‘프로젝트 썬더’와 ‘프로젝트 라이트닝’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계하는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레노보와의 협력을 통해 거대 시장인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인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PC업체인 레노보는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버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레노보는 IBM의 x86서버(시스템 x)기술을 라이선스로 받아 독자 브랜드로 판매해 왔다. 1, 2웨이의 중소기업(SMB) 시장을 겨냥하기 위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 레노보의 x86 서버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26.4% 증가해 3.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5위에 올랐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이보다 높은 7.6%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EMC와의 협력을 통해 레노보 역시 독자적인 기술 및 브랜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EMC 측은 서버 비즈니스로의 직접적인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제레미 버튼 EMC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서버와 스토리지는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고 최근 이를 번들링해서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레노보와 함께 어플라이언스 제품 판매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레노보와의 협력이 시스코와의 파트너십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 EMC 측의 입장이다. 버튼 CMO는 “시스코 UCS는 특히 하이엔드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업체는 시스코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09년 EMC와 시스코는 VCE라는 합작법인을 설립, V블록이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V블록은 시스코의 x86 서버인 UCS와 EMC의 스토리지,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이 결합된 통합 제품이다.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EMC와 시스코의 파트너십이 예전만큼 공고하지 않다는 것.
특히 EMC가 80%의 지분을 소유한 VM웨어가 최근 네트워크 가상화 업체(SDN)인 니시라를 인수한 것도 시스코와의 결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스코는 EMC외에도 넷앱과 스토리지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이번 EMC와 레노보와의 협력이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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