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08년 3월 28일 언론인(동아일보) 출신에 전 한국갤럽 회장이었던 최시중씨가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에서 요직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울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이후부터 정치적 조언자이자 멘토 역할을 해왔으며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이가 바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었다. 한마디로 정치인인 셈이다. 스스로 역시 “나는 정치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한 인사가 초대 방통위 위원장에 발탁된 것이다. 방통위 위원장은 과거로 치면 정통부 장관이다. 어떻게 그러한 인사가 가능했을까.
이는 방통위 역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방송과 통신 등의 융합을 준비하기 위해 방통위가 출범했지만 최시중씨가 위원장에 됐다는 것은 그만큼 방통위가 이명박 정부하에서 정치적인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 방통위는 무수한 반대에도 불구 방송법 개정을 비롯해 4개나 되는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켰다. 최 전 위원장은 1곳 정도가 적당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도 불구 조중동 보수 신문 중 그 어느 곳도 외면하지 않았다. 방통위의 이러한 역할 때문에 차관 역할을 하는 상임위원들은 여야 추천으로 이뤄졌다.
산업에 대한 이해, 진흥역할 보다는 정무적 능력에 의해 장·차관 자리가 결정된 셈이다. 정치적 이슈가 불거질때마다 전체회의에서 고함, 퇴장이 난무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방송에 대한 정책결정권을 가지고 오다보니 진흥에 있어서는 문화부와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문화부와 방통위는 무늬만 다른 방송콘텐츠 진흥 정책을 동일하게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제조업에 대한 정책권한을 지경부로 넘기다보니 서비스와 디바이스간 유기적인 정책이 나오지 못했다. 정보통신정책기금의 주체와 사용자간의 부조화가 나타났고, 불만과 갈등은 방통위가 출범한지 만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치적 이슈를 넘어 산업으로 다시 돌아오면 방통위 출범이후 가장 큰 업적은 IPTV의 출범 및 활성화다. 이명박 대통령이 IPTV 상용서비스 1주년 행사에 참석할 만큼, 공을 들인 분야다.
IPTV는 상용서비스 3년4개월만에 가입가구 500만을 돌파했다. 유료방송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당초 양방향 콘텐츠, 커머스 등 IPTV 활성화로 인한 추가적인 효과는 없었다. IPTV 사업자는 기존의 콘텐츠 수급에만 관심있었고, 통신서비스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한 결합상품 정도로만 인식했다.
이처럼 출범 이후 만 4년이 넘도록 당초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과 반목이 많다보니 정부조직개편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계철 위원장이 최 전 위원장의 뒤를 잇고 있지만 최 전 위원장의 잔여임기를 모두 채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없다. 방통위가 출범 당시의 시대적 소명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체제가 지속되더라도 한계를 극복할 만한 원동력은 현재로서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와 함께 ICT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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