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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후보자, 방송식견 한계 노출…통신도 그다지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2-03-05 18:20:12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잘 알지 못한다.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위원장이 되면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노력하겠다.”
청문회 내내 본인의 뚜렷한 소신은 없었다. MBC 파업과 관련해서는 “회사 내부의 문제”로만 치부할 뿐 아무런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고, 통신요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도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만 강조했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뚜렷한 소신, 철학,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 분야의 경우 전문성 부족은 예상됐지만 개인적 소신을 묻는 질문에도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했고, 전문가임을 자부했던 통신분야에서도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날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주요 도덕적 쟁점은 비씨앤이글로발(글로발테크) 고문으로 재직시 발생한 KTF 로비사건 연루, 인터넷진흥원 등 공기관 재임시 민간기업들 고문을 맡으며 수수한 고문료 등이었다.
하지만 이계철 후보자는 “공기업 비상임이사는 기업으로 부터 받은 고문료 등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하지만 정통부 차관, KT 사장 출신임을 감안할 때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것이 다수 의원들의 지적이었다.
로비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내가 한 것은 없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비씨엔이글로발이 중량감 있는 인사, KT 사장 출신을 직접적인 영입대상으로 한 만큼, 직간접적인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보였다. 특히, 민간기업 고문 재직시절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인사청문 제출 이력서에는 관련 내용을 누락시켜 의원들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또한 비록 정통부 차관이지만 방송과 관련한 전문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 많은 의원들로 “준비부족”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이 후보자는 기본적인 방통위설치법, 방송법조차도 읽어보지 않고 청문회장에 나왔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MBC 등 방송사 파업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송사 내부 문제”라는 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MBC의 경우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임명권한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방통위 역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의 발언은 많은 의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통신 현안과 관련해서도 이 후보자의 장점은 발휘되지 않았다. 많은 질문 중 하나였던 요금인하와 관련해서도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블랙리스트제도’ 활성화를 꼽았다. 하지만 통신 전문가들은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은 말 그대로 단말기 제조업체의 경쟁활성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뿐 직접적인 요금인하와는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와이브로 활성화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아주 좋은 기술이다.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사실상 LTE에 밀려 이동통신의 주력기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좋은 기술’만 강조할 뿐 뾰족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가장 많이 말했던 단어는 ‘검토’였다.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검토해보겠다”이거나 방통위 실무진이 건넨 쪽지에 의존했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 본인의 철학을 얘기해야지 왜 쪽지 주는 것만 읽고 있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도 “청문회는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지 쪽지를 읽는 자리가 아니다. 추후 검토하겠다고만 하는데 검토 위원장이냐. 소신을 갖고 철학과 비전을 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최시중 전 위원장의 임기를 물려받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임기는 연말 대선까지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많은 의원들이 이 후보자의 임기 10개월을 거론할 만큼, 방통위 조직개편은 기정사실로 돼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소한 통신분야에서 만큼은 준비돼있는 인사로 평가됐지만 그마저도 문방위 의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방송식견이 절대 부족하고 미디어 이해수준도 부족하다.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어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어 보인다.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계철 후보자는 "방송업무 밝지 않지만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생각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성과를 만드는 것이 조직의 리더가 할 일"이라며 "다른 상임위원과 지혜를 모아 방송통신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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