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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SW와 SI, 명확한 분리가 필요하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부산하 기관과 협단체 등에서 정기 혹은, 단발성으로 개최하는 세미나는 특히 연말연초에 집중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해를 정리하거나 혹은 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이러한 세미나는 업계에게 대략적인 정보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특히 IT분야에 있어서 시장 전망 세미나 혹은 산업진단 세미나는 혼란스럽고 급박하게 변하는 IT시장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데 귀중한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러한 세미나에는 가급적 참여하려 애쓰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주제와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다. SW혁신, SW상생 등을 제목으로 내건 행사의 경우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IT서비스, 그러니까 SI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행사 명칭에 SW가 있다고 해서 SW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사실상 정부산하기관이 주재하는 대부분의 SW관련 행사는 SW업체보다는 IT서비스업체가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제 역시 SW업체보다는 IT서비스업체가 하는 것이 맞는 내용인 경우가 많다.

SW와 SI는 분명히 구별되는 단어다. SW가 원천기술이라면 SI는 이를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SW는 바로 SI를 의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도 사실은 IT서비스업계에 대한 주문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SW란 단어가 왜 SI에 대한 정책에 자주 쓰이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상위법인 ‘SW산업진흥법’ 안에 SW와 SI를 망라하는 법 체계가 담겨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SW산업진흥법에 IT서비스업계까지 아우르는 제도가 포함되다보니 SI를 위한 제도나 규범을 마련할 때도 법령이나 고시에는 ‘SW’란 단어가 들어간다. SI 혹은 좀 더 미화된 단어인 ‘IT서비스’조차 SW가 들어선 자리를 치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정책명에 SW가 들어가든 SI가 들어가든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사실 차이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SI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이나 제도임에 불구하고 SW가 표면적으로 들어가면서 정부의 모든 정책이 SW를 위한 노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는 정부가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온 것과 무관하지 않을 수 도 있다.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대기업과의 ‘공감’이 이뤄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국내 IT 시장을 고려하면 IT대기업은 SW기업이 아니라 IT서비스기업이 맞다.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공청회와 시장조사 등 정부의 정책입안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SW업체가 아닌 IT서비스업체다. IT서비스업체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그에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을 정부에 요구한다.

하다못해 SW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SW산업협회조차 회장사는 IT서비스업체다.

자연히 SW업체가 바라보는 시장과 요구사항이 정책에 반영되기 힘든 이유다. 정책을 마련하는 정부 담당자 입장에선 체계적인 교류가 가능한 IT서비스업체가 담당자 찾기도 힘든 SW업체 보다는 편의성 면에서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SW와 IT서비스를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IT서비스업계와 SW업계가 목표하는 시장과 제도는 분명 다르다. 언제까지 이 두 가지 영역을 반죽해서 적당한 선에서 업계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펼쳐나갈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SW공생발전을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SW업계와 IT서비스업계의 이해가 상충되고 있다. 애초에 두 가지 영역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했으면 해소될 문제였다. 융합의 시대라고 하지만 분리할 것은 분리해야 한다. SW와 SI는 결코 같은 논리로 풀어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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