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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록 칼럼

[취재수첩] 저축은행에 대한 IT업계의 불편한 시선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금융기관과 전당포의 차이점이 뭔지 아나?”

십 수년전,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나이 지긋한 선배로부터 받은 다소 '황당'(?)한 질문이다. 마침 첫 취재영역이 상호신용금고, 지금의 저축은행이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물론 제대로 답변했을리는 만무하다. 무엇보다 ‘전당포’란 곳에 대해 잘 몰랐다.


당시에도 이미 도시에서 ‘전당포’간판을 찾기가 쉽지않을 정도로 사양사업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어쩌다 버스터미널 근처 전당포를 지나쳤을 때를 회상하자면 마치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비정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있을 것 같은 느낌, 음침한 이미지가 전당포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그 선배는 “금융기관이 전당포와 다른 것은 이윤창출외에 ‘공공적 역할’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절대적 신뢰’에 기반에 금융기관에 자신의 돈을 맡긴다. 그리고 금융기관은 그러한 고객의 신뢰에 부응해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단순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회안전판’으로서의 금융기관의 역할, 그것이 바로 ‘공공적 역할’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적으로 분명한 사기업임에도 금융회사라 부르지 않고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금융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금융기관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전당포와 다를 게 없어진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인해, 일부 고객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금액외에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재산을 날리게 됐다.

비록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 국한된 얘기기는 하지만 금융기관에 대한 ‘절대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감내해야할 ‘사회적 손실’이 결코 적지않음을 의미한다.

한번 신뢰가 무너지면 엉뚱한 곳에서도 신뢰의 누수가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인심일까. 최근 IT업계에서도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심심치 않게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중견 SI(시스템통합)업체의 영업담당인 A임원은 “원래 우리 회사는 저축은행쪽은 SI사업이 나와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금융기관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덕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혹독하게 평가했다. 그가 말한 '기본적인 덕목'이란 신뢰, 공익과 같은 무형의 가치들이다. 그는 IT프로젝트엣도 그러한 가치가 중시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갑절로 힘이 든다고 주장했다.

물론 A임원도 ‘특정 회사에 국한된 사안’이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발주자의 신뢰’라는 측면에서 이번 일로 인해 저축은행업계의 이미지가 더욱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얘기가 나온김에, 최근 금융IT업계에선 모 저축은행이 발주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때문에 적지않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중견 금융 IT회사인 B사의 얘기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회사는 1년여가 넘게 인력을 투입해 차세대 프로젝트를 완성시켰지만 발주사측과 시스템 검수 문제,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추가비용 지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제때 대금을 받지못했고 이 때문에 경영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동변상련의 정이 작용했겠지만 금융 IT업계는 “통상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사안인데도 이렇듯 (이견의 조정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프로젝트를 수행한 B사를 위로하는 분위기다.

일부 ‘저축은행 비리’ 사태로 인해,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일과 전혀 관계없을 것 같았던 IT업계쪽에서도 ‘업종 평판’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저축은행업계가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로선 저축은행이 지난 수년간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공들여 구축한 각종 e뱅킹 인프라까지 ‘신뢰의 위기’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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