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성장세 주춤·삼성전자, 점유율 ‘급감’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과 애플의 결합이 KT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KT가 작년 9월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4’ 출시 이후 처음으로 월간 9000명 이상의 가입자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빼앗겼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월간 점유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SK텔레콤에 대한 전략 수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통신사가 독점적으로 단말기를 유통하는 구조에서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LG전자의 부진도 여전하다. 대신 LG유플러스는 일단 반전에 성공했다. 스마트폰에서 LG전자를 역전한 팬택은 전체 시장에서도 LG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3사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80%대 밑으로 떨어졌다. 빈자리를 차지한 외국계 제조사는 애플이다.
◆LG유플러스, 8개월만에 번호이동 ‘순증’=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장 규모는 70만2296명이다. 이는 전월대비 6.3% 감소한 수치다. 번호이동 시장은 통신사간 경쟁 강도를 알려주는 척도다. 서로 상대방의 가입자를 빼앗고 빼앗긴 숫자를 집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월에는 LG유플러스가 웃고 KT가 울었다. SK텔레콤은 KT 견제에 성공한 것으로 만족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에서 926명, KT에서 6162명을 데려와 총 7088명이 증가했다. LG유플러스가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를 늘린 것은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하지만 특별한 동력이 없었던 상황이어서 마케팅 비용을 대폭 늘린 것으로 추정돼 1분기 실적이 우려된다. SK텔레콤은 총 2728명이 늘었다.
KT는 SK텔레콤에 3564명, LG유플러스에 6162명 등 총 9726명이 이탈했다. 아이폰 독점 판매가 끝난 여파다. 이에 따라 애플의 후속 제품을 SK텔레콤과 같이 유통했을 때 KT가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3월 결과만 보면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 월간 점유율 43.0%까지 하락=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휴대폰 시장은 172만대~183만대 규모로 추정된다. 전월대비 21~28만대 줄어들었다. 이 중 스마트폰은 134만대 안팎으로 8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는 3월 시장 규모를 172만대로 파악했다. 판매량은 74만대며 점유율은 43%다. 1월과 2월 50%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다시 40%초반대로 떨어졌다. 전월대비 판매량은 26.7% 감소했다. ‘갤럭시S’와 ‘갤럭시S 호핀’은 3월 20만대 전후가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 전용인 만큼 사실상 아이폰4가 팔린만큼 판매량이 감소했다. SK텔레콤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LG전자는 3월 휴대폰 시장 규모를 183만대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판매량은 31만대다. 점유율은 16.9%.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감소했다. LG전자가 월간 점유율 16%대는 애플 아이폰4의 국내 판매가 시작된 작년 9월 15.1% 이후 최저치다.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는 3월에 13만대가 공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옵티머스2X는 SK텔레콤 전용이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통신사 정책따라 제조사 ‘희비교차’…단말 유통 구조적 문제 해결책 시급=팬택은 전체 시장이 전월대비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성공했다. 팬택은 지난 달 28만5000대의 휴대폰을 공급했다. 전월대비 33.2% 증가했다. 점유율은 15.6~16.6%로 예상된다. 팬택은 ‘베가S’를 SK텔레콤 전용으로 팔고 있지만 ‘베가X’를 KT와 LG유플러스를 통해서도 판매한다.
결국 SK텔레콤이 아이폰4 유통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의 SK텔레콤 의존도에 따라 지난 3월 판매량이 갈렸다. 통신사가 휴대폰을 독점 유통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통신사가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린다. 제조사가 소비자보다 통신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와 소비자 단체들은 통신사가 휴대폰 유통을 독점하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블랙리스트’ 제도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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