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LCD TV 등 8개 제품 1위…작년 스마트폰 200만대 판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생텍쥐페리의 나라 프랑스. 그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길들여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정의돼 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펠탑처럼 콧대높은 프랑스, 그래서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나라. 그런데 거기에서 삼성전자는 과연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까.
만약 '프랑스가 삼성전자에 길들여지고 있다'면 최고의 극찬이 아닐까.
“(프랑스에서는) 삼성이 없으면 하루 일과가 안된다고들 한다. 삼성 휴대폰을 쓰고 삼성 TV를 보고 삼성 냉장고를 쓴다. 삼성을 피해서 살기가 어렵다.”(삼성전자 구주총괄 김석필 전무)
“삼성 제품 잘 팔린다. 모바일도 넘버원, TV도 넘버원이다. 특히 디자인과 품질이 좋아서 삼성 제품을 많이 찾는다. 나도 삼성폰 ‘플라틴(뮤직폰)’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나 추천할 때 삼성 제품은 좋은 반을을 얻는다.”(전자제품 양판점 ‘다티’ 그리우트 아샤프 매장 매니저)
“현지 직원 만족도도 높다. ‘그랑제꼴 포럼 스케줄’이라는 학생 채용 박람회도 인기다. 고급 인력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다.”(삼성전자 프랑스 전용성 법인장)
영국 독일과 함께 유럽 3대 시장으로 꼽히는 프랑스에서 만난 삼성전자는 이미 한국 기업이 아닌 유럽 기업으로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았다. 필립스, 노키아 등 유럽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쟁쟁한 회사를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삼성전자 자체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바다 스마트폰이 가장 인기 있는 국가가 프랑스일 정도다.
18일(현지시각) 삼성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만난 직원들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바다폰은 프랑스에서 스마트폰 OS 점유율 3위다”라며 “애플리케이션이나 판매량 등 (바다 생태계에서) 프랑스가 25% 정도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또 “바다폰이 프랑스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삼성전자 일반폰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매를 하기 때문”이라며 “바다폰 출시 직후인 작년 7월에는 시장조사기관 Gfk 기준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월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업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 전자매장 다티를 가보니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파리의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16구에 위치한 다티 매장은 입구부터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느트 아메르 다티 매장 직원은 삼성 휴대폰을 전면에 전시한 이유에 대해 “‘웨이브723’ 등 삼성 바다폰이 다른 회사 제품보다 잘 팔린다”라며 “터치폰을 찾는 사람에게 웨이브폰을 추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프랑스에서 성공한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접근법을 썼기 때문. 영국이 ‘축구’라면 프랑스는 ‘문화’로 마음에 다가갔다. 60년 된 필립스, 40년 사업을 해 온 소니와 10년만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가 됐다.
소비자에게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프랑스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복합기는 A4 위주에서 A3 제품을 갖춰 현지 기업의 통합문서관리(MPS) 시장을 넘보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시장 진출 사례가 한국 법인 영업이었던 것에 비해 고무적인 현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소기업이지만 프랑스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에 성공했다”라며 “제품군이 보강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2011년이 MPS 시장 공략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프랑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프랑스 1위 제품 전 유럽 1위 육성, 2013년 전체 13개 제품 점유율 1위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작년 말 프랑스 법인을 1위로 만든 김석필 전무를 전체 유럽 법인을 관리하는 구주총괄로 발령했다.
김 전무는 “유럽은 42개국 다 다양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는 성공 전략을 짜야한다”라며 “근간은 제품 일류화, 그 다음에 브랜드를 사랑 받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프랑스)=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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