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파악 등 새로운 조직 구상 길어져…12월 정기 인사 구본준 색깔 반영 ‘관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지 한 달이 지났다. LG전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보다는 총수일가가 경영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아직은 이 결정이 옳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구 부회장 취임 한 달을 맞아 향후 LG전자와 LG그룹 IT계열사의 변화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LG전자는 휴대폰 사업과 TV 사업의 부진으로 올해 들어 위기를 맞았다. 3분기에는 TV 사업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휴대폰 사업 적자폭이 커지면서 4년만에 글로벌 기준 전체 회사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본준 부회장<사진>은 지난 9월 LG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구 부회장 취임과 함께 이전 경영진에 대한 문책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구조조정설과 물리면서 다시 뛰기 위한 조직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정기인사에서 임원급에 대한 대폭 인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0월1일 최고경영자(CEO) 공식 취임 이후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안승권 MC사업본부장(사장)과 TV 사업을 영위하는 강신익 HE사업본부장(사장)을 교체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안 사장과 강 사장이 사업부에서는 물러났지만 각각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전사 마케팅을 총괄하는 글로벌마케팅담당으로 이동했다. CTO였던 백우현 사장도 LG전자의 새 먹거리를 찾는 CEO 직속 신성장동력기술담당으로 옮겼다. 모두 2선 후퇴라기보다는 새로운 중책을 담당한 셈이다.
새로 MC사업본부장과 HE사업본부장에 임명된 권희원 부사장과 박종석 부사장도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들 모두 안 사장과 강 사장 밑에서 핵심 분야를 맡으며 참모 역할을 했다. 사실상 사장급에서는 아무도 이번 LG전자의 위기를 책임지지 않았다.
결국 남용 부회장의 퇴진과 MC사업본부에서 스마트폰 사업부장을 해 온 이정준 부사장이 PC사업부장으로 간 것 정도가 구 부회장 취임과 함께 진행된 LG전자의 위기에 대한 문책의 전부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9년 11월 스마트폰 사업부 신설과 함께 이 조직을 담당해왔다.
이러다 보니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이 불투명해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조정 가능성이 높다. 구 부회장은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믿는 이들은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연봉 인상은 커녕 자리 보전을 위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적이 좋았을 때는 미래를 위해 참으라고 했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 연봉 얘기를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며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인사가 소폭이었던 것은 구 부회장이 업무 파악을 위해 그동안 사업을 맡았던 임원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인적 쇄신을 미룰 까닭이 없다.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도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 임원급에 대한 대폭 인사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등 IT계열사 임원의 연쇄 이동도 가시화 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 인사에서 제외된 사업본부 수장 교체와 구 부회장의 색깔을 내기 위해 LG전자 이사로 이름이 등재돼 있는 LG 강유식 부회장의 사퇴가 점쳐진다. 에어컨 사업을 담당하는 AC사업본부는 조직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다.
강 부회장의 경우 구조조정본부장 출신으로 구 부회장의 아버지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뜻을 계열사에 관철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 강 부회장의 퇴진은 LG전자의 세대교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구 부회장은 51년생, 강 부회장은 48년생이다. 강 부회장이 물러날 경우 같은 이유로 옛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출신 임원들도 함께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인사는 향후 LG전자를 이끌어 갈 구 부회장의 방향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인사 폭이 예상보다 작을 경우에는 구 부회장 체제는 단명할 확률이 높다. LG그룹 후계 구도와도 연계돼 있다. LG전자에는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씨도 과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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