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권이 '통합형 IT조직'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적지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국내 금융그룹 대다수가 지향하고 있는 'IT자원 공유'(세어드 서비스 센터)방식의 아웃소싱을 구현하기 위해 앞서 진행되고 있는 그룹내 IT조직 통합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초 기존 IT조직의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실제 '조직 통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필요이상의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이 조직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지속적인 갈등요인으로 계속 남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IT세어드 서비스센터 전략에 따라 IT비효율을 제거하려했던 노력이 결과적으로 조직통합 과정에서의 미숙으로 효율성을 기존보다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이와관련 금융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의 IT조직 통합과정에서 연봉, 직급 등으로 인한 갈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IT조직이 물리적으로 통합된 후에도 시너지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분파적 문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고된 진통...IT조직 통합, 해법찾기 쉽지 않아 = 최근 우리금융그룹의 우리투자증권은 IT부문을 그룹내 IT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WFIS)으로 이관시키는 문제를 놓고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3개월이 넘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5월까지 우리투자증권 IT인력(200명)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 이관시키고, 올해 7월부터 IT아웃소싱체제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IT부문을 IT아웃소싱 방식으로 전환하면 증권업무 서비스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T아웃소싱을 하면 증권서비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많은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금융그룹에 이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하나, KB금융그룹 등도 올해 상반기중으로 금융권은 IT인력 통합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었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의 IT인력이 하나아이엔에스로 이전해야 하는 과제가 2년째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당초 하나은행은 지난 2009년 5월 개통한 하나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이후 IT인력을 그룹내 IT자회사인 하나아이앤에스로 이동시키는 시나리오를 마련해왔다. 이 계획은 그러나 지난해 하나SK카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연기되면서 시기가 올해 상반기로 늦춰졌다.
하나SK카드 차세대시스템은 지난 3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기때문에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중으로 IT인력 통합 작업에 나서야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하나금융그룹측은 내부적으로 하나은행을 제외한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하나대투증권 등 그룹내 다른 계열사들의 IT인력은 지난해까지 하나아이앤에스로 이동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룹의 IT조직 통합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나아이앤에스를 구성하는 직원들의 출신별 임금 테이블이 따로 작성되는 등 차별화된 모습이 나타나게 될 경우 통합 IT조직의 시너지효과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KB금융그룹도 그룹 차원의 통합 IT조직을 꾸리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당초 올해 2월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기존 국민은행 IT직원들 대부분은 KB금융그룹내 IT계열사인 KB데이타시스템으로의 소속 전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논의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데는 KB금융지주 회장직이 공석이 장기화됐었던 점도 고려해야한다.
다만 최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 회장에 내정됨으로써, IT조직 통폐합 등 KB금융 그룹내에 제기돼 왔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견해가 우세해졌다.
그러나 KB국민은행 조직문화의 특성을 고려했을때, IT조직 통합과 관련해서는 노조의 입장표명이 구체적으로 뒤따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될 것인지가 관심사이다.
한편 농협중앙회의 경우는 IT조직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들이 가지는 IT통합의 고민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신용및 경제사업 분리를 앞두고 있는데 이에 따른 IT서비스 체제의 분화가 불가피하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신용및 경제사업과 관련한 IT개발및 운영은 농협 IT정보분사에서 총괄하고 있지만 사업이 분리되면 별도의 법인이 되기때문에 그에 맞는 IT지원서비스를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존 효율적으로 운영돼왔던 농협의 IT조직이 신-경 분리이후 IT운영측면에서만 떼놓고 보면 비효율적인 IT아웃소싱 구조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농협은 이미 지난해부터, 향후 신용-경제사업이 따로 분리되더라도 IT부문의 기존대로 통합 운영될 수 있도록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진통은 있겠지만...." IT통합 큰 문제없을 것, 그런데 문제는?= 금융IT업계의 전문가들은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더 공고해질 수록 IT통합 조직도 언젠가는 IT자회사 중심의 '그룹 통합형' 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이견을 달지 않는다.
물론 IT조직을 통폐합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IT조직 통합 시나리오는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하나, KB금융, 신한금융 등 은행 중심의 주요 금융그룹과 2금융권 금융그룹도 거의 예외가 없을 것으로 전망이다.
'물리적인 IT조직 통합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관련 한 시중은행 IT부서 관계자는 "IT조직 통합을 앞두고 지금은 엄청난 갈등요소가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경험을 놓고 보면, 일시적인 진통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조가 IT조직 통합에 문제를 제기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정치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노조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대에 오른 '세어드 서비스센터'의 방식의 ITO= '노조의 정치적인 선택'이란 IT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직원의 고용 안정에만 함몰된 나머지 결과적으로 통합 IT조직의 비효율성을 잉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존 은행 IT인력을 그룹내 IT자회사 조직으로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일종의 혜택으로 부여되는 임금, 직급 등 '차별화된 조건'들이 결과적으로 통합 IT조직의 시너지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갈등 요소로 장기간 잠복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정규직과 계약직은 그렇다치더라도 동일 직급이라도 그룹내 출신성분에 따라 또는 외부 영입 인력에 따라 임금 테이블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러한 통합 IT조직의 문제점은 국내 금융권에서 이미 여러 사례로써 나타났고, 실증적으로도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과제임이 증명됐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앞서 이러한 '실패 사례'를 절대 뒤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후발 금융그룹들 조차도 결과적으로 실패 모델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IT 세어드 서비스 센터'방식 IT아웃소싱의 가장 큰 장점은 '금융업무를 아는 IT조직'이란 점이다. 그러나 역으로 자기 혁신에 대해 무딜수 밖에 없고, 속성상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등 대형 IT사업이 완료된 이후 유후 인력에 대한 운용전략 없이 혼선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호기롭게 외쳤던 대외 SI사업에서의 성과도 지지부진하다.
'세어드 서비스 센터'방식의 IT아웃소싱 방식이 출발선에 서자마자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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