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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AI 추경 없이 국가AI인프라도 없다

[Ⓒ 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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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은 자본을 먹고 자란다. 딥시크가 아무리 저비용 AI의 가능성을 열었다 해도,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수록 성능이 향상된다는 스케일링 법칙은 여전히 AI 판도를 지배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매년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부족하다며 더 많은 투자를 결심하는 형국이다.

어떤 산업이든 자본 싸움이 임계점이 넘어가면 국가전으로 진화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오픈AI·오라클·소프트뱅크 등 빅테크들과 4년간 5000억달러(약 734조원) 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추진을 선언한 이후, 중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정부 주도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얼마 전 민관합작으로 최대 2.5조원을 투입해 1엑사플롭스(EF) 수준 연산이 가능한 ‘국가AI컴퓨팅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과 민간이 힘을 합쳐 국가적 차원의 AI 인프라를 확보하고, 이것이 경쟁력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의 최우선 과제는 대량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로서 대체가 어려운 AI 연산 핵심 자원인 엔비디아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수급해야 한다. 정부도 그래서 당초 2030년으로 계획했던 GPU 3만장 확보 시기를 2027년으로 앞당기는 등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시작도 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안타깝게도 예산 문제다. 국가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서도 올해 예산안에서 AI 관련 항목이 다수 삭감된 것이 첫 번째 실책이었으며, 뒤늦게나마 추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마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두 번째 실책일 것이다.

여야는 추경 자체는 추진하자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추경 규모 역시 여당안은 약 2조원, 야당안은 약 5조원으로 차이가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추경이 가시화되더라도 경제 불확실성과 세수 결손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를 거치면 예산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사이 골든타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추경이 조속히 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GPU를 올해 내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이 9개월 늦어지면 기술은 3년이 뒤처진다”고 말한 바 있다. 단 몇 개월의 정체기가 수 년의 격차를 만든다고 하니 심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국가AI컴퓨팅센터를 원래 목표보다 3년 빠른 2027년에 개소하고 올해 안에 서비스 조기 개시까지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무척 회의적이다. 예산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 국가AI컴퓨팅센터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AI 생태계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가 AI 인프라라는 것에 아무도 이견이 없다. 정부와 여야 모두 AI 인프라 예산의 필요성에는 한마음으로 공감하고 있을 터다. 그렇다면 AI 추경을 더 이상 망설일 이유도 명분도 없다. 조속한 AI 추경을 통해 국가적 AI 인프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발판이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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