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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무죄' 이재용, 책임 경영 힘 실리나…반도체·모바일 등 해결 과제 산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무죄 판결 직후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무죄 판결 직후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원심 무죄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햇수로 10년째 이어온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풀었다.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에 대해 지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다. 이로써 이 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 핵심 사업 부진 등 산적 과제를 해소할지 시선이 쏠린다.

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위와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총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 판결 받은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 측 손을 들어주면서, "여러 이유를 모아 봐도, 이 사건의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 측이 주장한 내용들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어 "검찰은 단편적인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달라거나, 위법수집증거를 추가적으로 고려해달라거나, 또는 수사기관에서 다 자백한 진술을 법정에 와서 다 뒤집었는데 어떻게 믿느냐는 등 증거 판단에 대해 다툰다"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추측,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및 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은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각종 자본시장법상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 조종, 합병 목적 경과 효과 허위 유포, 여론 조성 등에 대해서도 검찰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합병 찬성 설득흔 통상적인 IR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 이재용, 책임 경영에 시선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책임 경영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촉발된 '삼성 위기론'을 비롯해 핵심 사업인 반도체 실적 악화 등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 등 경영 복귀 목소리가 일었기 때문이다.

삼성 위기론은 지난해 3분기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도 불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이 경쟁사 대비 뒤처졌다는 비판이 확산됐고, 위기론의 화살은 내부 의사 결정 체계까지 번졌다.

이에 지난해 11월 25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 공판에서 이 회장이 "최근 들어 삼성 미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해 4분기 주요 사업 부문 실적까지 악화됐다. 삼성의 대들보 격인 반도체를 이끄는 DS부문의 해당 분기 매출은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 그쳤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3조원 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25% 감소했다. 또한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8조828억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X부문도 실적 저하에 직면했다. 지난해 4분기 MX 및 네트워크 부문의 매출은 25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여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해당 분기 MX 사업부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은 각각 5200만대, 700만대를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이 각각 5800만대, 700만대를 달성했던 직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한편, 무죄 판결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책임경영 및 그룹 컨트롤 타워 재건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 여부가 3월 예정된 주총에서 이뤄질 수 있나는 기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사항이 아닌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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