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30세)는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시청 이후 부쩍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대신 퇴근 이후 매번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해 가족에게 대접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유명 크리에이터의 요리법을 학습하거나, 이들이 판매하는 요리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요리 관련 각종 콘텐츠 흥행으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보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G마켓 조사에 따르면 같은 달 1일~16일 조리용 강판과 칼 거래액이 각각 233%, 167% 급증할 정도로 직접 맛있는 요리를 시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요리 열풍을 바탕으로 요리 유튜브 채널을 찾는 발길도 덩달아 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각계각층의 유명 요리 크리에이터의 레시피와 비결을 담은 콘텐츠와 이들이 자신 있게 제안하며 판매 중인 요리 도구와 재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카페24와 유튜브가 손잡고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은 이러한 요리 트렌드에 힘을 싣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요리 크리에이터 다수가 해당 기능을 사용해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청자는 요리 레시피 콘텐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브 채널 내 ‘스토어’ 탭이나 콘텐츠 내 ‘제품 보기’ 탭 등에 노출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전용 스토어로 이동해 별다른 가입 절차 없이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구독자 수가 294만명에 달하는 ‘1분요리 뚝딱이형’은 한식·중식·양식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요리 레시피를 1분 만에 빠르게 소개하는 콘텐츠로 주목받는다. 1분 안에 요리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모두 안내해 시청자가 필요한 부분을 자꾸 되감아 봐야하는 불편함을 줄여 인기를 끌었다.
지난 8월부터는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뚝딱이형 푸드몰’을 개점하고 도가니탕, 순댓국, 소곱창전골 등 자사 개발 상품을 유튜브 채널 내 스토어와 콘텐츠에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자사 상품을 사용해 ‘매운스지볶음’, ‘스지어묵전골’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영상으로 소개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판매 첫날부터 7000팩,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5만팩을 팔았다.
1분요리 뚝딱이형은 “밀키트 그 자체로도 맛이 좋은 것은 물론, 요리 크리에이터의 밀키트답게 손쉽게 멋진 요리로도 응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게 목표였다”며 “이커머스 사업은 처음이지만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활용해 시청자에게 최적화된 구매 경험을 손쉽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를 위한 전문 레시피를 전수하는 크리에이터 ‘맛연사’ 신희용 대표는 19세에 요식업계에 입문해 31년 동안 요리사,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로 근무하거나 직접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백전노장’이다. 누구나 자신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전자저울로 1그램 단위까지 철저하게 계량한 요리법을 전수하면서 채널 구독자 수를 43만7000명 이상 모았다.
그는 소속 MCN ‘모노라이트’와 협력해 30분이 지나도 불지 않는 면과 최적의 동치미·고기 육수 조합법을 개발하고, ‘맛연사 냉면’을 출시했다. 전국 300개 이상 음식점이 해당 제품을 활용해 냉면을 판매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인정받았다. 맛연사 채널의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에서도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일반 시청자도 가정에서 손쉽게 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신 대표는 “요식업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손수 기록한 요리법 수만 20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은 비결을 축적했고, 맛연사 냉면에도 내 비결이 듬뿍 들어갔다”며 “냉면 제품의 매출은 매월 2배씩 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소규모 자영업자를위한 소내장탕, 양평해장국, 소고기장터국밥 등 '맛연사 국밥3종세트'를 출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밥 전문 크리에이터 ‘숙이네키친’ 채널은 김이 없는 김밥, 새송이버섯만 들어가는 김밥, 말지 않고 접어 만드는 김밥 등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김밥 레시피를 선보여 구독자 수 17만5000명을 달성했다. 한혜리 숙이네키친 대표 가족은 매번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기 위해 일주일에 4~5일은 김밥을 먹을 정도로 진심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밥 전문 크리에이터답게 김밥을 만들 때 쓰는 ▲실리콘 발 ▲야채 채칼·필러 ▲사각 무스비 틀 등 각종 도구를 엄선해서 판매 중이다. 실리콘 발은 기존 대나무 발과 비교하면 더 위생적이고, 도구의 텐션을 이용해 김밥을 더 탄력 있게 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무스비 틀을 콘텐츠에서 처음 선보이자 초판 물량이 3일 만에 전부 판매돼 2차로 5배의 물량을 주문했다.
한 대표는 “우리가 김밥을 만들 때 쓰는 도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묻는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고 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간단한 김밥 요리법 100가지를 담은 책도 내년 봄에 출간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독특한 전문성이나 개성을 보유한 크리에이터가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유튜브 쇼핑 서비스를 접하고 콘텐츠 커머스 업계에 뛰어드는 일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페24 관계자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의사, 연예인, 안경사, 악기 연주자 등 다양한 배경과 재능, 지식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커머스 시장에서도 활약하고 있다”며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크리에이터가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이 구축한 브랜드와 연계한 커머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티메프 사태 등으로 가격경쟁 위주의 오픈마켓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콘텐츠 커머스의 성장성은 굳건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7, 8월 각각 5.2%, 1.9%로 급격히 둔화된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총 거래액(GMV) 성장률과 달리 카페24는 순항해 3분기 1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유튜브 쇼핑, D2C 쇼핑몰(자사몰) 위주의 판매자 구성이 차별화 배경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튜브 쇼핑의 국내 GMV는 내년부터 본격 성장해 2028년 6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같은 해 유튜브의 국내 라이브커머스 점유율은 28%까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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