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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D] ‘치는 맛’에 빠져들다…기계식 키보드의 화려한 부활

개성 맞춤 커스터마이징·경쾌한 타이핑 소리·내구성으로 높아진 인기

오늘의집 크리에이터 Ezzze님이 기계식 키보드로 꾸민 책상. [ⓒ오늘의집]
오늘의집 크리에이터 Ezzze님이 기계식 키보드로 꾸민 책상. [ⓒ오늘의집]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직장인 이정우 씨(43)는 최근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집에 꾸민 ‘홈오피스’에 포인트를 두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키캡을 조합한 키보드인데요. 구매하기 전 유튜브에서 ‘기계식 키보드 ASMR’을 검색해 가장 마음에 드는 타이핑 소리도 찾았습니다. 이 씨는 “집에 내가 가장 편안한 근무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며 “일을 하며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키보드인 만큼, 맞춤형으로 주문할 수 있는 기계식 키보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돌아왔습니다. 과거 높은 비용으로 시장 경쟁력을 잃고 사라졌지만,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덩달아 책상 꾸미기, 이른바 ‘데스크테리어’가 각광받으며 사용자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 가능하고 특유의 타건음이 좋은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17일 PC 주변기기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체 키보드 시장에서 기계식 키보드가 차지하는 비중(매출 기준)은 2023년도 59%에서 지난해 67%까지 대폭 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연평균 10% 수준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오늘의집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기계식 키보드 검색량은 약 1200건입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하기 전인 2019년 4분기(10건) 대비 100배 가량 늘어난 수치인데요.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쇼핑 검색량은 같은 기간 30건에서 5000건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개별 키마다 별도의 기계식 스위치를 쓴 것입니다. 청축, 적축, 갈축 등 스위치의 종류에 따라 키압과 키감, 타이핑 소리가 다르지요. 필기구에 비교하자면 기계식 키보드는 만년필에 가깝습니다. 비교적 비싸고, 특유의 사용감으로 마니아 층이 존재하며, 관리를 잘하면 수명도 깁니다.

PC 초창기 대부분의 키보드는 원래 기계식 키보드였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을 지나며 제작비용이 훨씬 가볍고 저렴한 일반 키보드에 밀려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기계식 키보드 부활의 일등 공신은 재택근무입니다. 일반 키보드에 비해 타이핑 소리가 크다는 것이 단점이라 사무실에서는 쓰기 어려웠지만, 나 혼자 일하는 집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PC 주변기기 업계 관계자는 “원래 게이밍 시장이나 일부 마니아 층에서만 구매가 이뤄졌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이 보편화하며 사무직 종사자들의 시장이 커졌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도 점차 낮아지면서 ‘퀄리티는 가격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대중화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글보글’ ‘또각또각’ 등으로 표현되는 특유의 타이핑 소리, 키를 누를 때 느껴지는 감각 등을 통칭하는 ‘타건감’도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 요소로 꼽힙니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기계식 키보드 치는 소리를 ASMR처럼 모은 영상도 조회수 수십에서 수백만회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의집 크리에이터 자르되르님의 기계식 키보드 데스크테리어. [ⓒ오늘의집]
오늘의집 크리에이터 자르되르님의 기계식 키보드 데스크테리어. [ⓒ오늘의집]

그렇다면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기계식 키보드 ‘키크론’을 수입판매하는 투비네트웍스글로벌의 이민정 팀장은 “숫자키를 많이 쓰는 사무직이라면 풀배열을 쓰는 게 좋고, 좁은 환경이라면 텐키리스(우측 숫자 키패드가 없는 키보드)를 고려하는 등 사용자 환경에 적합한 배열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존의 적축, 청축, 갈축 외에 각 제조사마다 다양한 키압과 소리, 색상의 스위치를 개발하고 있으니 유튜브 등에서 소리를 확인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구입하시길 추천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뜨면서 ‘나만의 키보드’를 꾸밀 수 있는 키캡과 키축 등 관련 제품도 덩달아 인기입니다. 이 팀장은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자동으로 같이 성장하는 게 키캡과 키축 시장”이라며 “이 역시 23년 대비 지난해 2배 정도 성장했고,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에 맞춰 오늘의집에서도 키크론, 로지텍, 레이저, 씽크웨이 등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며 “재택근무의 활성화와 작은 물건에서도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맞물려서 기계식 키보드 시장 역시 한동안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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