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이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SaaS 전환 지원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선 촉박한 일정과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 6개월 안에 SaaS 전환부터 매출까지...현장은 ‘진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유망 SaaS 개발·육성 지원 사업’은 기존 구축형 소프트웨어의 클라우드 전환을 돕는 대표적인 정부 지원책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기업선정 후 12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이 사업에서 참여 기업들은 촉박한 일정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구축형 솔루션을 SaaS로 전환하고, 매출 발생은 물론 입금까지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은 매출을 만들고 준비도 더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나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컨설팅부터 교육이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클라우드 인증까지도 소화해야 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 특성상 매출 발생 시점과 실제 입금 시점 간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해진 기간 내 모든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기업들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NIPA 측은 “연구개발(R&D) 사업과 달리 정부 회계연도에 맞춰 진행해야 하는 특성상 일정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대한 빠른 공고와 선정을 통해 기업들 부담을 줄이려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 ‘홍보·소통 부족’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 아쉬움=NIPA는 2020년부터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한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올해 공고는 2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NIPA는 분야 제한 없이 기업 수요에 따라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선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이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그룹웨어 등 특정 분야 지원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SaaS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SaaS 제품을 경험하게 해 시장 저변이 직간접적으로 넓어지는 기회가 된다는 것은 분명히 환영할만한 태도”라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수요기업들 입장에선 바우처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고 어떤 제품이 준비돼 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NIPA의 적극적인 사업 홍보와 함께 참여 SaaS 제품에 대한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SaaS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신청 절차나 기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소통 창구가 명확하지 않아 문의나 신청을 주저하는 기업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홍보 마케팅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다면 공급기업들이 자체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거나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 ‘데스밸리’ 넘을 장기 지원 필요한데 예산은 반토막=전통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SaaS 모델 전환 과정은 더욱 험난하다. 사실 전통적 소프트웨어 기업이 SaaS 전환을 할 땐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해야한다. 일회성 라이선스 판매에서 구독 기반 모델로 전환하면서 초기에는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단 아직까지 국내 SaaS 지원 사업은 단년도(1년 단위) 미만 사업에 국한돼 있다.
NIPA 관계자는 “초거대 AI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글로벌 SaaS 육성 프로젝트 등 다음 단계 지원사업으로 넘어오는 기업들도 많다”며 “SaaS혁신펀드나 정책금융자금 지원 등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SaaS 스타트업이나 전환 기업들이 초기 몇 년 간 ‘데스밸리’ 기간을 겪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단년도(1년 단위) 지원이 아닌 다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2025년 유망 SaaS 개발·육성 예산이 전년(250억원) 대비 52% 감소한 12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의 전반적인 비R&D) 예산이 30%가량 축소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의 삭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서 ‘SaaS 전환지원센터 조성’ 등을 통한 민간 주도 SaaS 생태계 전환을 약속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관련 사업 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SaaS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기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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