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태 방지법’으로 알려진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문화산업공정유통법·문산법)’이 제22대 국회 들어 재추진된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화산업의 공정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 과제 모색 세미나’가 열렸다. 본격적인 제정 움직임에 앞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이 행사는 국회입법조사처가 여야 의원들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과거 이중 규제, 금지행위에 대한 모호한 규정, 입증 책임 문제 등을 이유로 거센 반대를 받은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사업자뿐만 아니라 창작자까지 법안 효과보다 부작용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찬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검정고무신 사건’ 해답으로 떠오른 문산법이 뭐길래
문산법은 지난 2020년 유정주 의원 발의안과 지난 2022년 김승수 의원 발의안을 각각 반영해 만든 대안 형태 법안이다. 1990년대 국내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출판사와 수년째 저작권 분쟁을 겪다 별세한 사건을 계기로 재작년 초부터 국회와 정부에서 법안 통과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문산법은 이중 규제 문제와 업계 성장 저해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한 산·학계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간 이견을 보였다. 직전 국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데 이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문산법은 콘텐츠산업진흥법 등 기존 법령에서 선언적 규정에 그친 내용들을 통합해 불공정행위 유형 10개를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저작권법을 중심으로 하는 ‘이우영법’보다 게임, 웹툰·웹소설 콘텐츠 플랫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보다 많은 문화 사업자를 적용 대상으로 아우르고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건 문산법 핵심인 사업자 금지행위를 규정한 제13조다. 이 조항을 세부적으로 보면 ‘문화상품유통업자가 판매 촉진에 소요되는 비용 또는 합의하지 아니한 가격 할인에 따른 비용 등을 다른 문화상품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제13조1항의 5.)’ 등 내용이 있다.
웹툰업계는 이 문구가 이미 업계 표준이 된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매일 열시 무료(매열무)’ 등 창작자 주요 수익 모델인 ‘공짜’ 프로모션을 축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다무’ 등은 초반 회차를 무료로 공개해 독자들의 흥미를 끈 뒤 뒷이야기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무료 공개 회차는 수익이 나지 않으므로 작가에게도 수익배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만약 문산법 시행으로 플랫폼 기업이 모든 비용을 져야 할 경우,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신인 작가나 비인기 작가 작품에 무료 프로모션을 지원할 이유가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유명 작가 작품에만 독자가 쏠리고 작품 다양성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무료 공개 회차를 통해 신규 작품에 유입된 이용자들이 이용권을 통해 구매가 유도되는 시스템이었다”며 “무료 프로모션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독자가 알지 못하는 작품·비인기 작품에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감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복규제에 따른 부처 간 관할 충돌도 쟁점이다. 일반적인 시장 규제 역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수행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미 유사한 금지행위 제재 권한을 갖는 ‘전기통신사업법’·‘방송법’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문산법에 따르면 문체부는 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때 이행강제금 부여를 비롯해 과태료 부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
이에 산학계는 물론이고 창작자들도 문산법이 문화상품 제작자를 보호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웹툰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만화스토리협회, 한국만화웹툰학회, 한국웹툰산업협회, 우리만화연대 등이 앞서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방통위 “면밀 검토 필요” vs 공정위·문체부 “중복 규제 우려 해소할 것”
이날 현장에서도 문산법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팽팽했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함께 문산법 공동 논의 부처로 참석한 방통위, 공정위 측에서도 문산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보는 “새로운 법 제정에 앞서 기존 문체부 소관 법률을 통해 문화산업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계약, 불공정 거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현재 문체부 소관 문화산업별 지원 법률에는 표준 계약서, 불공정 행위 금지, 유통 질서 확립 조항, 지식재산권 보호, 일방적 양도 요구 금지 등과 같은 규정들이 이미 존재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문체부가 관계 부처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등도 있다.
최은진 입법조사관보는 “문체부 소관 법률을 적용받는 경우라 해도 공정위나 방통위 등 타 부처 소관 법률에 따라서 관련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율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문산법 제정 이유로 제시된 ‘(콘텐츠산업진흥법 등 내용이) 강제력이 없는 선언적 규정’이라는 표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중 규제 가능성에 따른 법안 검토 의견들에 대해서는 “문체부 조정안 역시 문체부 소관 개별 법률이나 공정위 소관 법률과의 중복규제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 법안이 요구한 법률만 제외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체부 소관 개별 법률상 위법 행위에 관한 법 집행 절차와 제재 수위, 그 내용이 일관적이지 않게 되는 경우 유사 행위에 여러 법률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최 입법조사관보는 “이는 수감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합리적인 규제 체제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며 “관련 법률 간 명확한 가이드나 제재의 균형성 관점에서의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주연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 조사기획총괄과 과장도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산업 정책과 규제 정책을 분리해 각기 다른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진흥 법안은 적용 범위를 가능한 넓히는 대신, 규제 법안은 적용 범위와 대상 사업자 등을 명확히 해 규제 예측 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주연 과장은 “문산법이 문화상품을 광범위하게 정의하면서 방통위 소관 사항인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방송법상 방송 사업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인 IPTV법상 IPTV 사업자가 모두 관련 개념에 포함됐다”며 “각종 의무 및 금지행위 규제가 매우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공정위와 문체부 측에서는 문화산업 생태계에서 별도 법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새로운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준헌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 과장은 “21대 국회 때도 유사한 논의들이 있던 만큼, 문체부와 부처 간 중복 규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며 “합리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규제 권한 다툼이라든 지에 대한 염려는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경화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 과장은 “과잉 혹은 중복 규제 관련한 우려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공정위가 주관하는 법 역시 문체부가 조정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이 2009년부터 시작해 21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계속 안 됐던 이유는 많은 이견 때문”이라며 “완전히 합의 되는 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 이견들에 대해 문체부가 많이 듣고 더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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