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을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방카슈랑스(은행 창구 통한 보험판매) 25%룰'의 규제 완화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은행과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웃음꽃이 필 전망이다.
특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KB금융지주는 이번 규제 완화 조짐에 비이자 수익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방카슈랑스 25%룰이 완화될 경우 지주계 보험사 판매 쏠림 현상 등 경쟁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어 중소형 보험사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방카슈랑스 25%룰을 향후 2년간 단계적으로 50%까지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간담회에서 보험업계의 입장을 청취하고 관련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방카슈랑스 25%룰은 은행에서 신규 보험 판매금액 기준 특정 보험사의 비중이 25%를 상회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할 때 특정 보험사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생겨났다.
이번 규제 완화로 금융지주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과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비이자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홍콩 ELS 사태로 판매가 중단된 ELS 대신 방카슈랑스에 적극 나서고 있는 KB금융이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보험 계열사로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을 지니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 KB국민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늘었다. 790억원에서 1090억원으로 약 3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65억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90억원, 20억원 늘었다.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의 절대 금액 역시 국민은행이 1090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 730억원, 신한은행 518억원, 하나은행 499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방카슈랑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일으킨 홍콩 ELS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의 ELS 판매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위축된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해 방카슈랑스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홍콩 ELS 판매 금액은 8조원대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올 1분기 결산에서 관련 충당부채만 8620억원을 쌓았다.
한편 방카슈랑스 25%룰의 규제 완화가 금융지주계 보험사 판매 쏠림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은 커지고 있다.
은행에서 같은 계열사의 상품 위주로 보험을 판매할 경우 중소형 보험사들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 입맛에 맞춘 보험 상품 개발 경쟁만 심화시킬 것이란 견해다.
이에 생명보험협회는 이번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25%룰이 완화되면 은행 입장에선 당연히 같은 계열사 보험상품부터 50%를 채우지 않겠냐"며 "지주계 보험사에게만 유리한 조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방카슈랑스의 주요 판매상품인 변액보험 등은 중도해지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크고 불완전 판매 위험도 높아 소비자의 유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증시에 따라 가입자들의 손익이 크게 영향을 받는 변액보험은 투자실적이 악화하거나 조기 해지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데, 앞서 은행들은 홍콩 ELS 사태로 홍역을 치른 만큼 관련 판매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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