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사퇴에 이어 NH농협은행도 CEO 연임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각각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국내외 역대급 실적을 줄줄이 쏘아올리며 리딩뱅크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번 연임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한 내부통제 문제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이재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등 5대 은행 CEO들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앞서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파문으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26일 사퇴 의사를 공식 밝히면서 은행권 CEO들의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우선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그 다음 타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협은행도 우리은행 못지 않게 내부통제 문제점이 줄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해들어 여섯차례 이상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특히 수백억원대의 배임, 부당대출 사고가 속속 적발 돼 금융권에 충격을 던졌다.
또한 5대 은행 중 여전히 순익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부진한 실적과 더불어 강호동 농협중앙의 대대적인 계열사 대표 인사 쇄신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이 은행장 교체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재근 국민은행장도 연임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은행 역시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임 등 각종 금융사고 관련 내부통제 문제로 꾸준히 도마위에 오르고 있어서다.
실적도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역성장했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에 대한 부실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상혁·이승열은 연임에 무게추 쏠려…'호실적·내부통제' 두 마리 토끼 잡았다
반면 이런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각각 연임에 무게가 실려 눈에 띈다.
역대급 호실적과 더불어 내부통제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이들의 연임에 파란불을 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조102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쏘아올렸다. 전년 대비 무려 19.4% 증가한 수치로, 리딩뱅크 자리를 공고히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들어 매 분기마다 호실적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이 같은 추세 속 올해 연간 기준 리딩뱅크 자리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법인 실적도 올 3분기 누적 순익 기준 4343억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내부통제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에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권 처음으로 제출하면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아울러 지난해 2월 취임한 정 행장이 '2+1년' CEO 임기 관행에 비춰보면 아직 한차례 연임에 대한 여유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임 청신호가 켜진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취임 후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7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는 순익 3조4766억원으로 연간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해외법인 역시 순항하고 있다. 11곳의 해외법인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6% 성장했다.
내부통제 관련 문제도 잡음이 적은 편이다. 특히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던 홍콩 H지수 ELS의 판매금액도 주요 은행 중 적은 편에 속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지난해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은 2조1183억원에 불과했다. 국민은행은 판매잔액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조3701억원, 2조131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나 올해 금융권 CEO 인사에선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유무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며 "그렇다고 실적을 아예 배제할 수 없을 것이기에 특별히 눈에 띄는 사건이 없다면 종합적인 성과가 전반적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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