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위기가 아니라고 했던 적이 없다. 그래도 늘 잘 딛고 일어섰다. 그러니 지켜봐 달라."
최근 삼성전자는 대내외적으로 불거진 위기론으로 인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8일 공개한 잠정실적이다. 예상치를 밑도는 반도체 부문(DS) 성적을 계기로 HBM 경쟁력 약화가 지적됐고, 연이어 주가도 출렁였다. 매도세는 멈추지 않고 지속돼 8만원대였던 주가는 '5만 전자'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 측 관계자들과 만나도 위기론이 대화 주제가 되기 마련이다. 서두의 문장은 한 관계자가 삼성 위기론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대화 당시엔 뇌리에 남지 않았으나, 삼성 위기론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하면서 다시금 곱씹게 됐다.
되짚어보면 삼성은 매번 위기였다. 아니, 정확히는 '위기 의식'에 가깝다. 양상도 내부에서 밖으로 위기를 발화하는 형식이었다. 이 위기를 내부에서 발화한 주체는 다름아닌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다. 이 선대회장은 진정한 위기가 대두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기 의식을 고취시켰던 것이다. 이 전략적 묘수가 빛을 발한 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 200여명을 불러 모아 불호령을 내린 '신경영 체제'가 대표적이다. 삼성 환골탈태를 외친 이 선대회장의 행보에 따라 삼성전자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화형식에 처했다.
이같은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다시 태어났다. 우수한 품질로 경쟁력을 높인 계기가 된 것이다. 사실상 이 선대회장의 경영은 위기 의식에 기반해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화는 또 있다. 남다른 선구안으로 지난 1974년 반도체 사업을 선언했을 때는, 당시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일본 미쯔비시 연구소는 부족한 사회 간접 자본, 빈약한 기술 등을 근거로 '삼성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1992년부터 일본 메모리 기업들을 추월했고, 현재까지도 메모리 시장 톱티어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 시절 삼성을 복기할수록 이번 위기론은 양상에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과거에는 위기 의식을 회사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내부에서도 대의에 따라 함께 뜻을 모았다. 반면, 최근의 위기론은 표면상으로는 DS 부문의 HBM 경쟁 주도권에서 밀린 것이나, 내부적으로는 경직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체계의 문제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사실상 안팎으로 삼성의 문제가 곪은 것이다. 삼성 관계자의 의견대로 최근의 삼성 위기가 그저 과거처럼 지나가는, 혹은 남발된 위기에 그치기 위해선 삼성전자가 이번 사안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위기 의식과 위기론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위기 의식이 문제를 선제 조치하는 격이라면, 이번 위기론은 직면한 문제를 후행조치하는 행태라서다.
업계에서는 부진한 실적과 경쟁력 하락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조기 인사 단행을 점친다. 통상 진행한 12월 초 대신, 이달 중으로 임원급 인사를 낸다는 요지다. 이제 삼성전자가 대내외 위기론에 답할 차례다. 대내외 위기론은 잠재울 만한 강력한 인적 쇄신은 물론, 그룹 컨트롤타워 재정비,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화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위기론을 반면교사해 혁신의 발판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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