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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분 좋아!” 답하면 몇초만에 작곡 뚝딱…AI 작곡가 ‘이봄’ 만나보니

AI 작곡가 '이봄'
AI 작곡가 '이봄'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안녕하세요 당신만을 위한 곡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한 가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26일 오전 광주과학기술원(GIST) 오룡관 로비에서는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무대 주인공은 조금 특별했다. 인공지능(AI) 작곡가 ‘이봄’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봄 질문에 담당 직원이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고 답하자 불과 몇초만에 작곡을 완료, 연주를 시작했다.

“기분이 좋다”는 직원 말에 이봄은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를 풍기는 ‘장조(메이저)’음악을 단 몇초만에 만들어냈다. 비교적 어두운 느낌을 내는 ‘단조(마이너)’ 대신 장조 기반 곡을 기반으로 작곡해 누가 듣더라도 기분이 좋을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었다. 연주는 자동 연주 기기가 담당했다. 실제 그랜드 피아노에 장착된 기기가 건반을 누르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람 손으로 연주가 불가능한 선율과 반주도 문제 없이 연주할 수 있다.

안창욱 GIST 교수는 “이봄은 사람과 대화한 뒤 그 대화로부터 상대방 감정을 인식하고, 그 인식된 감정을 기반으로 곡을 작곡할 수 있다”며 “작곡 능력에 더해 자동 연주 피아노하고 접목되면서 연주까지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봄은 지난 2016년 안창욱 교수팀이 개발한 AI 작곡가로, 인간 작곡가 뇌 반응을 학습한 모델이다. 지난 2022년에는 인공지능(AI) 작곡가와 음악 크리에이터가 공동 작업한 음원을 출시하면서 정식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이봄은 진화탐색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AI 모델이다. 진화학습은 ‘진화 탐색’ AI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봄은 실제 작곡 이론을 먼저 학습한 뒤 음표들을 무작위로 만든 뒤 각 음표들이 지니는 음악적 가치 측정한다. 이후 그 가운데 더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음들을 조합해 곡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진화를 반복해서 거치면 마치 생물의 진화과정과 같이 우성에 가까운(완성도가 높은) 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 퍼포머 '예담'이 26일 GIST 오룡관에서 AI 작곡가 '이담'의 피아노 반주 아래 대금을 연주 중이다.
AI 퍼포머 '예담'이 26일 GIST 오룡관에서 AI 작곡가 '이담'의 피아노 반주 아래 대금을 연주 중이다.

이어서 두 대 그랜드 피아노를 이용한 협주, 편곡 시연이 진행됐다. 왼쪽에 있던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곡을 연주한 뒤 이어서 빨간색 그랜드 피아노가 편곡한 곡을 들려줬다. 처음 들려준 곡은 반주와 선율이 어우러지는 담백한 멜로디가 특징이었지만, 편곡된 곡은 화려한 아르페지오와 스케일링이 가미된 재즈 장르 음악이었다. 같은 주제 선율과 코드를 공유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협주 시스템에서는 두대가 동시에 연주를 시작했다. 한쪽 피아노에서는 주로 선율이 되는 높은 음이, 다른 한쪽 피아노에서는 반주가 되는 낮은 음이 연주됐다. AI가 작곡과 연주를 맡은 만큼 인간 혼자서는 연주가 불가능한 라흐마니노프의 ‘여섯개의 손가락을 위한 로망스’같이 다수 음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협주 및 편곡 시스템은 올해 안창욱 교수가 이봄을 고도화하면서 새롭게 추가한 기능이다. 해당 시스템은 진화학습 모델 하나가 여러 진화학습 모델에 데이터를 전달해 어떤 연주를 진행할 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각 모델은 이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각각 다르지만 또 어우러지는 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안 교수 설명이다.

마지막 순서로는 인간과 이봄의 합주가 이어졌다. 대금 연주자이자 AI퍼포머인 예담이 인간을 대표로 무대에 올랐고, AI 작곡가 이봄의 반주 아래 아름다운 대금 선율을 뽑아냈다.

안 교수는 “AI 등장으로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AI는 사람과 상생 및 협업 해야지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뽑아낸 대금 선율과 AI가 만든 반주가 어우러지듯이 사람과 AI의 공생의 협업에 대한 콘셉트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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