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관련 우리금융그룹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며 이같이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손태승)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으로,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했어야 한다"며 지적했다.
금융권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검사 출신의 금융당국 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처럼 특정 금융사를 대상으로 공개석상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사안에 소극적이고 안일하게 대응한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금융사고가 우리금융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금융사들보다 특히나 블록버스터급 각종 금융사고를 줄줄이 터뜨리는 우리금융에 대해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금감원장 직접 공객석상에 날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금융을 향해 날선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뿐만이 아니다.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에 중심에 서 있는 우리금융에 대해 금융소비자는 물론 금융권 관계자들까지도 혀를 차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유난히 금융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며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여럿 있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는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 문제점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 우리금융은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2022년 무려 700억원의 횡령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180억원 횡령 사건이 또다시 터졌다. 이런 가운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수백억원의 부당대출까지 발생했고, 여기에 우리금융이 자체적으로 인지했음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오는 10월에 열릴 국정감사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금융의 수장으로서 구멍 뚫린 내부통제 문제에 책임을 지고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아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을 뒤로 하고, 최근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합병(M&A) 계획을 공표하고 '밸류업' 등 기업가치를 제고하며 주주환원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그간의 각종 금융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하고 있다.
그나마도 이번 부당대출 건으로 우리금융이 고강도의 '기관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오버 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등 공개적으로 떠벌리면서 진행해왔던 M&A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관제재 이전에 M&A를 서둘러야하는 우리금융의 다급한 입장을 고려했을 때, 두 보험사의 대주주인 중국계 자본과의 M&A협상에서 과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내부 정비가 우선이다. 우리금융은 만사를 제쳐두고 금융사고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다소 진부적인 단계조차 재차 지나버린 실정이지만, 또 다시 이와 같은 금융사고가 재발한다면 그땐 어떤 방법으로도 추락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습관처럼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면 더 이상 돌아서 버린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할 수 없다.
임종룡 회장의 말대로 우리금융은 지금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절체 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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