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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 대한전선 “이미 자체 기술 보유”…향방 주목 [IT클로즈업]

LS전선 동해사업장 내 턴테이블에 감긴 해저 케이블 [ⓒ LS전선]
LS전선 동해사업장 내 턴테이블에 감긴 해저 케이블 [ⓒ LS전선]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경찰이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가운데, LS전선은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관련업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지목된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이미 자체적으로 해저케이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면서 사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저케이블 산업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전력 부족 상황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전세계적으로 성장 전망이 밝은 분야다. 특히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은 대용량의 전류를 저손실로 멀리 보낼 수 있어 장거리 송전망을 중심으로 도입이 크게 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케이블 제조업체A사와 건축 설계업체인 B사 관계자 등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B사가 과거 LS전선의 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았던 시기 해당 업체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어 이를 경쟁업체 A사에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B사는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가운전축)로 LS전선의 경쟁업체인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을 수주, 지난 2022년 착공했는데 경찰은 이 과정에서 LS전선의 기술자료를 대한전선 측에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달 가운건축의 사무실과 대한전선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해저케이블은 이음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수백㎞의 장조장으로 생산하며 무게가 수백~수천톤에 달한다. LS전선은 2007년 전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LS전선 측은 이와 관련, 지난 14일 “해저케이블 건축 설계는 일반 공장의 설계와 달리 장조장, 고중량의 케이블을 생산, 보관, 이동하기 위한 설비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설계”라며 “도로로 이송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는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으로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고, 전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 개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는 LS전선을 포함해 유럽과 일본의 6개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LS전선에 따르면 가운건축은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했다.

회사는 “해저케이블 공장 구조와 설비 배치 등은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며, 해외 5개사도 핵심적인 기술로 관리한다”며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 설계를 위해선 설비 배치도(레이아웃)와 설비 수량, 턴테이블 배치 및 운영에 관한 정보, 케이블 이송 경로, 주요 설비의 특징과 설계 컨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도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LS전선의 해저케이블 4개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한 가운건축은 각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변경되고 발전해 왔는지 등에 대한 모든 히스토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LS전선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경쟁사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수사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기술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한 만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업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쟁업체로 지목된 대한전선 측도 “이미 해저케이블 설비 및 생산 등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대한전선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경찰이 지난 11일 진행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현장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건축 설계업체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공정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가운건축을 선정했으나, 케이블 설비 및 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1공장에 설치한 수직연합기, 턴테이블, 갱웨이 등의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는 국내외의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2016년 이후 당진 소재의 기존 케이블 공장에 수직연합기, 턴테이블 등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했다.

이 설비에서 내부망 해저케이블을 생산해 2017년부터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등에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미 해저케이블 설비 및 생산 등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전선 측은 “해저케이블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설비의 특수성과 배치 등에 대한 기밀성 때문이 아니라,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전선은 대한민국 최초의 전선회사로, 최초의 메이드 인 코리아 케이블을 만든 역사적인 기업”이라며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난이도의 500kV HVAC 케이블을 대한민국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를 북미에 최초로 시공한 역량이 있는 등 자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설치 및 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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