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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모멘텀]⑤ '님비'에 갈 곳 잃은 데이터센터...유해성 논란 타개책은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한국 데이터센터 산업의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

데이터센터 이미지 [ⓒ픽사베이]
데이터센터 이미지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전부터 제기된 '유해성'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첨단 기술을 적용할 영역이 늘어난 만큼, 데이터센터 확충을 미룰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우려한 만큼 유해성이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차원에서 인식 개선 대책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15일 부동산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총 33건의 사업(4월 보고서 발간 기준) 중 절반 이상은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허가를 받은 사업 중 약 35%는 1년 이상 착공에 돌입하지도 못했다.

운영 사업자와 임차인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주민 민원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세빌즈코리아 측은 "과거 4년간 기간통신사업자와 정보기술(IT) 서비스사업자에 의해 개발된 데이터센터들이 인허가 후 평균 4~5개월 내 착공했던 것과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한 사례는 매년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2019년 경기도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려다 주민 반발로 설립을 포기하고 거점을 세종시로 옮긴 바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이유로 삽을 뜨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경기 안양시에서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했고, 김포 구래동에서도 관련 착공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님비 현상 기저에는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되면 고압선 전자파를 방출하게 돼,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해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IT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만,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초등학교처럼 어린이와 아동이 활동하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데이터센터 부지가 확정될 경우 반발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해를 풀 시점이라고 말한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 사무국장은 "데이터센터에 전자파 유해성을 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업계 차원에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주로 (전자파에 대한) 낮은 기준치를 요구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명확히 데이터센터와 건강 유해성에 대한 인과관계를 증명한 사례가 없는 만큼, 무조건적인 님비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WHO 연구에 따르면 전력 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은 밝혀진 바가 없다. 건강 이상과의 과학적 규명도 지켜볼 부분이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경우 극저주파 자기장과 휴대전화 전자파(RF)를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는데, 사람에 대한 발암성 여부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자파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을 설득할 만한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현 상황을 방관한다면 님비 현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 NHN 등 주요 데이터센터 또한 국내 전자파 법적 허용 기준을 넘지 않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비치는 인식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지자체 차원에서 '주민들끼리 알아서 합의하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데이터센터에 자사 보안 솔루션을 공급한 이력이 있다고 밝힌 기업 관계자는 "사업 수주를 했더라도 실제 공사에 돌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데이터센터 자체가 우선순위로 여겨질 만큼 국가 중요 인프라로 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커질 전망이다. 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데이터센터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대가 극심한 만큼, 소규모 전략을 꾀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엣지(Edge) 단위로 작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경우 전자파를 비롯해 전력 사용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주민 민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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