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한국 데이터센터 산업의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데이터센터 보호지침 개정안을 본격 시행한 가운데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는 업계 목소리가 여전하다.
13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집적정보통신시설(데이터센터) 보호지침’ 개정을 완료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이듬해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안정성 의무를 강화하고, 그 후속조치로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집적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그러나 해당 개정안이 데이터센터 기술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재난관리체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민간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소들은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무조정실은 해당 보호지침이 ‘비중요규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생략하고 같은달 23일 개정 시행을 발령한 상태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업계는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보호지침 개정안이 또 다른 압박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특히 현 사업자의 운영 상황이나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유연한 적용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일괄적인 규제가 적용돼 자칫 산업 발전이 경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개정안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물리적·기술적 보호조치 중 하나로 ‘전산실 내 고객 정보시스템 장비의 3개월간 평균 순간사용전략의 130%에 해당하는 전력을 최소 15분 이상 공급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고객사가 일부 전력공급 중단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거나 이미 자체 UPS를 운용하고 있어 별도 설치가 필요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130%와 15분이라는 설치용량 기준의 근거도 불명확하다. 오히려 데이터센터는 부하 변동이 크지 않아 단기 평균치 전력량보다는 연간 최대치 전력량이 중요하고, 백업 시간 역시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10분 이하로 적용 중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해외에선 고객이 요구하는 만큼 백업 시간을 확보하면 되고, 백업이 아예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에선 무조건 15분을 지켜야 하는 건데, 단지 몇 분 차이가 비용으로 환산하면 300~400억원이 들어가는 수준이고, 결국 국내 사업자는 해외에 비해 CAPEX(설비투자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 해외에선 유사 입법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싱가포르 등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을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사업자는 ISO/IEC 국제표준과 같은 국제 기준에 맞게 시설을 구축·운영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공급자와 사용자간 계약에 의해 보상과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가 개정안을 소급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기존 데이터센터 중에서는 건축물의 한계로 인해 정부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대체조치 이행계획을 제출해 이를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정해야만 예외로 허용되는데, 아직은 그 기준이 모호하다.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 사무국장은 “정부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장애 사태를 계기로 이번 개정을 추진했고, 그래서 B2B(기업간거래)용 데이터센터에도 대국민 서비스에 준하는 규제를 일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모든 데이터센터가 사고 발생시 영향이나 중요도가 똑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등급제처럼 세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과기정통부는 개정안과 관련해 보호조치협의회를 운영해 사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쳐 현재 일정 부분을 가이드라인을 통해 반영했다”며 “사업자가 시설 한계 등으로 인해 보호조치를 이행하기 어려운 경우 대체조치 이행계획을 제출하면 협의회에서 검토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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