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와 핀둬둬(테무)의 한국 시장 마케팅이 매섭다. 중국 내수 시장 둔화로 인해 지난 2010년 초중반부터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한국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알리바바의 해외 매출은 지난 2013년 41억6000위안(한화로 약 7612억원)에서 지난해 692억400만위안(12조8497억원)으로 1600% 늘어난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도 한국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진격 중이다.
CJ제일제당 등 한국 업체를 대거 입점시키는 ‘K-베뉴’를 비롯한 가전과 식품, 가공식품 카테고리를 늘리며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고, 대형 가구와 가전을 무료 배송하는 ‘대형 상품 특송’ 서비스도 출시했다. 아직 쿠팡과 비교해 배송 속도(평균 4~5일 이상)는 느리지만, 물류센터를 대거 확충할 경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
지난해 중순 국내에 상륙하며 월간 사용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한 테무(Temu), 미국에서 상장해 100조원 조달을 목표하는 패션 이커머스 쉬인(Shein) 등이 한국에 본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세할 경우 ‘차이나 커머스’(C커머스) 잠식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5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테무 한국인 이용자 수는 지난 2월 580만6000명에서 지난달 829만6000명으로 249만명(42.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는 818만3000명에서 887만1000명으로 68만명(8.4%) 늘었다.
또한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와 테무 신규 설치 건 수는 각각 약 116만건, 약 293만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테무 앱 신규 설치 수는 쿠팡의 5.6배였다.
테무는 지난 2018년 한국 사업을 시작한 알리보다 한참 뒤인 지난해 7월에 등판했다. 다만 초저가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진출 초기부터 이용자 수를 빠르게 끌어모았다. 최근 C커머스를 향한 국내 시장의 높은 관심도도 테무가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계기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무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출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중파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간접광고(PPL)를 하기도 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사를 마친 가수 출연자가 테무 앱을 보여주며 “가성비 짱이고, 없는 게 없어”라고 말했다.
테무는 지난 2월23일 한국 법인 웨일코코리아 유한책임회사(Whaleco Korea LLC)를 설립해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테무는 현재 여러 마케팅과 홍보 대행사를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알리의 성공 방정식을 관찰해온 테무는 제2의 알리처럼, 알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었다. 이에 따라 알리 한국 법인인 알리코리아처럼 상주 인력을 두고 조직도 체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무 진출 전, 중국판 유니클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쉬인은 2022년 말 ‘쉐인서비스코리아 유한회사’라는 한국 법인을 일찌감치 설립했다. 이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무실을 열었지만, 아직 알리나 테무처럼 본격적인 한국 사업을 전개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처음 쉬인은 저렴한 가성비 웨딩드레스로 눈길을 모은 곳이다. 비싼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는 사진 대신, 셀카로 웨딩화보를 만드는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곳이 만들거나 취급하는 드레스도 자연스럽게 인기가 올라갔다. 이 문화는 금세 쉬인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소비자들을 중심으로도 가성비 높은 드레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중국 외 수출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이같은 결과로 인해 쉬인은 지난해 20억달러 클럽까지 들어갔다. 단순 의류 업체가 이뤄내긴 쉽지 않은 금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에만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테무까지 국내 법인을 설립하게 되면서 C커머스 대표 주자 알리, 테무, 쉬인 모두가 한국 지사를 마련하게 됐다. 시가총액을 보면 알리 모기업 알리바바는 250조원(1854억달러), 테무와 판둬둬를 보유한 PDD홀딩스는 212조원(1570억달러)이다. 쿠팡 시가총액인 45조5000억원(337억달러)의 4∼5배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국내 유통업계 안팎에서도 차이나 커머스에 대한 위협론이 커진다. 지난달 이마트 주총에서 강승협 이마트 주주총회 의장(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알리·테무의 공세를 걱정하는 주주들에게 “새롭게 창업 한다는 각오로 전 임직원이 경영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역시 주총에서 “중국 이커머스는 온라인 채널에 가장 먼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송 지연과 낮은 품질은 이들이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 알리·테무 이용자들은 이로 인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의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를 살피기 위한 실태조사를 맡을 용역 기관 선정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알리·테무·쉬인뿐 아니라 국내 대형 이커머스 쿠팡·네이버 등을 상대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상담·피해구제 절차를 갖췄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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