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성장 정체’라는 위기를 맞닥뜨린 배달업계가 이용자 유치를 위해 무료 배달 및 배달료 인하 카드를 내밀며 출혈을 불사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 사이에선 음식을 무료로 배달해주는 등 편의성을 높여주는 정책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게 사장인 자영업자 및 배달대행 업계는 이같은 정책들을 마냥 좋게 보진 못하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발생된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 받지 않을 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 탓이다.
또한, 묶음 배달·알뜰배달 대상으로만 배달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가게 배달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달대행 업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이유다. 때문에 배달 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한 각각의 참여자에게 필요한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개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쿠쏘공’에 요기요 ‘요기패스X’ 구독료 할인…배민도 ‘알뜰배달’ 무료 초강수
국내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강 구도로 구축돼 있다. 엔데믹에 성장이 정체되면서 배달업계 고민이 커졌다. 방아쇠를 먼저 당긴 건 쿠팡이츠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달 18일, 고물가 시대 고객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쿠팡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배달비 0원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는 주문 횟수, 주문 금액, 장거리 배달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5월31일까지 진행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여러 집을 한 번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에서 무료로 배달을 선보이게 되면서, 기존 멤버십인 와우회원들은 열광했다. 특히 별도의 쿠폰이나 할인과 중복 사용도 가능해 음식 가격 할인 혜택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배달업계 전반은 쿠팡이츠의 이같은 정책을 예의주시했다. 쿠팡이츠가 국내 배달업계 시장 점유율 3위로, 2위 요기 현재 배달 시장 점유율 과반 이상을 배달의민족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장 점유율 추격을 위해 파격 혜택을 내놓은 쿠팡이츠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배민상회’를 통해,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식자재 가격을 31%로 인하하는 등 맞불을 놨다.
쿠팡이츠와 근소한 차이로 배달업계 2위를 기록 중인 요기요는 오늘(1일)부터 4900원에서 2900원으로 요기패스X 월 구독료를 한시적 인하했다. 앱 내 요기패스X 대상 가게에서 최소 주문 금액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횟수 제한 없이 배달비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요기패스X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들도 4월 정기 결제부터 2000원 할인된 금액에 이용 가능하다. 특히 요기패스X의 배달비 무료 혜택에 모든 ‘가게쿠폰(음식할인)’이 중복 적용되면서 주문 당 총평균 4000원 이상의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어 배민도 같은 날, 거짓말처럼 무료배달을 선언했다. 바로 알뜰배달에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 배민에서의 알뜰배달은 라이더가 근처 주문을 함께 배달해주는 것으로, 쿠팡이츠의 묶음 배달과 비슷하다. 배민은 기존에 제공해온 한집배달·알뜰배달 10% 할인 혜택도 유지할 방침이다.
즉, 이용자는 한집·알뜰배달 10% 할인과 알뜰배달 무료 중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주문마다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배민 애플리케이션(앱) 내 배너를 통해 알뜰배달 배달팁 무료 쿠폰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쿠폰은 무제한으로 재발급도 가능하다. 배민 관계자는 “기간은 정해진 것은 아니며, 지역 확대의 경우 서울·수도권에서 우선 시행 후 효과를 보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배달대행업계 한목소리 우려…“가맹점의 부담만 늘어나는 꼴 될 수도”
때 아닌 배달업체 경쟁에, 엔데믹으로 배달 주문을 줄였던 소비자들은 긍정적으로 배달 주문을 늘리는 모습이다. 이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이기에 주문 수 자체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다수 자영업자가 가입돼 있는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추후 가게 사장의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발생될 수도 있다며 부담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달대행 업계도 마냥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자칫 출혈 경쟁이 부메랑으로 자영업자나 배달대행 업계에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달앱 3사는 떨어지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복구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활동 회원 수를 늘리면 유료고객(가게 사장)은 자동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가게 사장들의 편의보다 소비자 편의만 높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앱 3사에 실제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가게 사장님들의 편의는 없어진지 오래”라고 꼬집으며 “할인 프로모션으로 소비된 금액만큼 수수료율을 올리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묶음배송만 가능하다”며 “한집배달이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독서비스(유료)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무료 배달팁 적용은 온전한 무료배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 한집배달을 도입해 배달팁을 상승시킨 쿠팡이츠의 이번 무료배달 정책이 업계 전체 배달수요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선 관계자 전언처럼 단순한 무료배달 도입은 기존에 배달팁을 소비자와 분담했던 가맹점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소비자가 지불하던 배달팁이 기존 배달료에서 아무 조건 없이 삭감된다면 라이더 소득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따라서 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한 각각의 참여자에게 필요한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개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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