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게임 이야기는 다음에 합시다.”
총선을 앞둔 후보들의 보좌관에게 게임 진흥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대답이라고 한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치권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 효자’ 게임산업은 깊은 침체에 빠져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실적이 악화했다. 20년 넘게 업계에 몸을 담은 관계자조차 “이런 위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게임 매출액은 약 9조3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가량 감소했다.
업계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해 개발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분위기다. 장르와 플랫폼을 다변화한 신작 개발 움직임도 포착된다.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성장 거름으로 삼아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심산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게임산업의 목을 옭아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업계 주요 밥줄인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은 총선이 닥치자 충분한 검토나 준비도 없이 성급히 시행하더니, 진흥책을 담은 ‘게임산업 5개년 종합 진흥 계획’ 발표는 기약 없이 미루고만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부터 국내 대리인 제도, 메타버스 가이드라인 수립, 경품규제 개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대응 등을 다룬 종합진흥 계획을 수립했다.
해당 계획은 당초 올 1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3월로 미뤄졌다. 그러나 4월을 코앞에 둔 현재도 감감무소식이다. 현재로선 총선이 끝난 5월에야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선 게임 공약도 찾아보기 힘들다. 몇 없는 공약마저도 게임산업 진흥은 뒷전이고, 게임 이용자 권익에만 초점을 맞춘 선심성 공약에 지나지 않는다.
이스포츠 산업 공약은 몇 년째 발전이 없다. 수익 문제 등 당장 처리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데도 이스포츠 전용 경기장, 이스포츠 박물관 등 맥을 짚지 못하는 공약만 산더미다.
현재 국비를 들여 운영 중이거나 개장을 앞둔 이스포츠 보조경기장은 대전과 광주, 부산, 진주, 아산 등 5개다. 이외 민간에서 운영 중인 이스포츠 경기장도 적잖다.
이스포츠는 종목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다. 게임사 허가 없이는 아마추어 대회도 쉽게 열 수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리그오브레전드(LoL)’ 외엔 영향력을 가진 이스포츠 종목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더 이상의 이스포츠 경기장 건립은 무분별한 혈세 낭비에 가깝다.
업계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게임사 대관 업무 관계자들은 “인물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산업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돌볼 후보들이 국회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자 보호 외 진흥 방안이 거론되지 않는 현 상황은, 정치권이 게임산업을 그저 표심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이용자 권익도 중요하지만, 육성책이 없다시피 한 불균형한 작금의 상황은 통탄스럽기만 하다.
게임업계 리더들은 올해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위기 극복 논의를 마냥 다음으로 미루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개발사, 이용자가 머리를 맞대고 게임 이야기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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