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애플은 본래 애플이 아니었다. 1976년 설립 이래 30년간 사용한 이름은 애플컴퓨터. 개인용 컴퓨터에 이어 아이맥·아이북·아이팟·아이폰 등 새로운 기기를 선보이면서 회사 정체성에 변화가 생겼다. 휴대용 IT 기기로 잇따른 성공을 거두자 결국 지난 2007년 사명을 애플로 바꾸며 컴퓨터 회사라는 범주에서 벗어났다.
이름을 바꾼 사례는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출범 20년 만에 HD현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제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해양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다. 제품명 변화를 예로 들면 오리온 과자 배배가 있다. 베베에서 '감칠맛 나게 달다'는 함경도 방언을 담은 배배로 바꿨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명·브랜드·제품명을 바꾸는 이유는 포괄하는 사업 내용이 보다 다양해졌거나, 원하는 이미지가 있어서다.
최근에 브랜드 이름을 바꾸면서 말이 많았던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달 28일 삼성페이의 서비스 명칭이 삼성월렛으로 바뀔 것이라는 내용의 <[단독] '삼성페이' 이름 바꾼다…'삼성월렛' 글로벌 통합>를 보도하자, 독자들의 혹평이 줄을 이었다. 오랜 시간 사용해 온 이름을 굳이 바꾸는 게 이해할 수 없다거나, 줄여 부르기에도 기존 이름이 어감이 좋다는 식이었다. 물론 삼성페이에는 이미 결제뿐 아니라 ATM, 모바일 신분증 등 전자지갑의 기능을 포괄하고는 있었으나, 삼성페이의 글로벌 이름인 삼성월렛 등의 추세에 맞춘다는 점도 변경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취재 당시에는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달 20일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삼월'로 바꾼다는 공식 발표를 하면서 든 이유를 살피니 제법 납득가는 부분이 있었다. 삼성월렛에 탑재한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 등의 모바일 신분증은 '실물 신분증과 같은 법적 효력을 제공'한다는 대목이다. 진정한 전자지갑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와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월렛으로 발급받은 모바일 신분증은 블록체인과 실시간 연동돼 빠르고 인증되고, 개인정보는 삼성녹스로 보관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능을 더하며 이름을 바꾼 삼성월렛은 이제 모바일 결제를 넘어 ATM 사용, 티켓, 멤버십, 디지털 키, 모바일 신분증, 탑승권, 디지털 자산, 전자증명서 발급 등의 기능을 포괄한다.
삼성전자 MX사업부 노태문 사장은 "삼성월렛의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개시는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갑 없는 사회로의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직 자신감에 비해 브랜드명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박하지만, 하드웨어와 보안 솔루션을 활용한 삼성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다면 해당 문제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다. 삼성월렛의 기능이 널리 인지된다면 삼페는 흘러가고 삼월의 봄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어찌 됐든 실생활에서 편리해야 대중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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