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오프라인 3사를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점포 출점을 재개하며 기존 점포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을 통해 비대해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노력도 허사가 될 것입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25일 CEO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를 떠나 보내는 결정은 큰 아픔이 따르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이마트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변할 것이고, 이는 이마트의 새로운 30년을 여는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비롯한 비용 감축에 나선 건 지난해 실적 악화에서 비롯됐다.
특히 신세계그룹 주력인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강자인 이마트의 첫 적자는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선사했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합한 총매출액 역시 2022년 37조1452억원에서 지난해 35조8293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들 역시 전반적으로 위기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점포를 줄이거나 신규 출점을 중단했다. 그 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선호도가 크게 올라가는 등 소비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붐이 일고, 대형마트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마트도 역대 세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최대 27개월 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 2000만원∼500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이다.
반면 지난해 온라인 유통 시장을 장악한 쿠팡은 창립한 지 13년 만에 매출액 30조원을 돌파했다. 쿠팡은 첫 연간 흑자까지 기록하며 국내 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선두 주자이자 유통공룡으로 자리매김했다.
26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쿠팡과 이마트의 결제추정금액 변화를 조사한 결과, 쿠팡이 지난 2월 결제추정금액 4조3665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4조1861억원)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파상 공세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2일 신용평가사에서는 이마트 온라인 성장 지연과 재무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면서, “중단기적으로 본원적인 이익창출력이 과거 대비 저하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0년 AA로 하향 조정된 뒤 4년 만에 처음으로 ‘AA-’로 밀려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신세계그룹 전반에 위기가 고조되자 이마트 차원에서도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 이후 사내이사가 되는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 전면에 나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별화된 시스템과 혁신을 추구해 트렌드 및 수익성 구조 변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CEO 메시지에서 “임직원께서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낸 이마트의 1등 DNA를 믿고, 이마트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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