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바이브컴퍼니의 매출이 2년 연속 하락했다. 매출대비 큰 폭의 적자도 여전하다. 상장하며 약속했던 장밋빛 미래는 무너진지 오래다. 주가도 공모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브컴퍼니는 지난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매출액 299억원, 영업이익 –92억원, 당기순이익 3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2.9% 줄었다. 138억원이었던 적자는 92억원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매출대비 적자율은 30%에 달한다. 사업성 개선보다는 구조조정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의 영향으로 보인다. 2022년 298명이었던 바이브컴퍼니의 직원은 2023년 233명으로 65명 줄었다.
바이브컴퍼니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것은 AI 기반의 검색엔진(바이브 서치) 및 요약(바이브 서머리), 텍스트 마이닝(바이브 TA) 등의 ‘AI 솔버’ 사업부문이다. 매출의 69.1%가 여기서 발생한다. 이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뉴스 등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는 ‘썸트렌드’ 사업은 24.1%, AI 기반 챗봇, Q&A, 보고서 작성 사업인 ‘AI 어시스턴트’는 5.7%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는 3개 핵심 사업부문서 모두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AI 솔버 사업은 10%, 썸트렌드 사업은 11.8%씩 줄었다. 특히 AI 어시스턴트 사업의 경우 69.6%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매출 하락은 작년만의 일이 아니다. 바이브컴퍼니는 2021년 매출 446억원에서 2022년 344억원으로 이미 한 차례 큰 폭의 역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2년 연속 역성장이다.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에도 32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은 지분을 투자했던 AI 핀테크 기업 ‘퀀팃’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때문이다. 본업인 사업이 아니라 투자로 인한 성과다.
바이브컴퍼니는 2020년 상장 당시 목표 실적으로 ▲2020년 매출액 215억원, 영업이익 9억원 ▲2021년 매출액 299억원, 영업이익 53억원 ▲2022년 매출액 384억원, 영업이익 104억원 등을 제시했다. 2020년부터 흑자를 내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2020년 33억원, 2021년 91억원, 2022년 138억원, 2023년 92억원의 적자다. 4년간 355억원 상당의 손실을 기록했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뒷걸음질 쳤다는 점이 뼈아프다. 최신 기술 분야 기업인 만큼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그만큼 외형이 성장한다면 기대를 걸어볼 만한 여지가 있지만 바이브컴퍼니는 매출과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좀처럼 성과를 보이지 못하자 바이브컴퍼니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커지는 중이다. 20일 종가 기준 바이브컴퍼니의 주가는 7010원으로, 2020년 상장 당시 공모가인 1만4000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일각에서는 저평가된 상태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최근 실적을 보면 지금도 바닥이 아니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바이브컴퍼니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기존 코스닥 규정에서는 상장사의 경우 5년 연속 별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심사를 받도록 했다. 2022년 12월부터 상장 폐지 요건이 완화돼 해당 사항이 없지만 그만큼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경쟁자가 늘었다는 점도 바이브컴퍼니에게는 악재다. AI 및 빅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국내 스타트업들도 주력하는 분야다.
공은 작년 1월부터 지휘봉을 쥔 김성언 대표에게 넘어갔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 대표는 퀀팃 등 인수합병(M&A) 및 투자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본업에서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바이브컴퍼니가 높이 평가받을 만한 재무·투자 전문가로, 2023년 1월2일 각자 대표로 취임한 뒤 3월31일 단독 대표가 됐다.
대표직을 지낸 첫해는 바이브컴퍼니의 암흑기 탈출에 실패했다. 점차 심화되는 경쟁 속 그가 실적 부진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바이브컴퍼니를 구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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