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용자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가 세부 조사를 예고하며 칼을 빼든 것이다.
보안업계에서는 중국 이커머스에서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거론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는 만큼,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정학적 사이버 위협 이슈가 고도화된 만큼, 방관이 답이 아니라는 날선 의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주요 해외 직구업체의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측은 구체적인 대상 업체를 명시하는 대신 지난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 사항이 이번 조차를 추진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개인정보 이슈로 화두에 오른 대표적인 중국 업체는 알리익스프레스다. 중국 대표 업체들이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준수하지 않아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알리익스프레스뿐만 아니라 테무, 쉬인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제품 홍보를 활발히 하는 업체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 800만명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덕에 국내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 앱을 애용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드론 배터리 등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매물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국내 이용자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기업들도 늘고 있다. 식품업계가 대표적이다. 국내 밀키트 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버섯을 검색했을 때 생뚱맞은 결과를 보여줄 정도로 국내에서 아직 호환 수준이 우수하지 않지만, 가격 경쟁을 펼칠 대표 플랫폼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경쟁에서 빠지면 손해라는 말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밖에도 테무 등 주요 플랫폼도 저렴한 가격에 특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 플랫폼은 이커머스 열풍이 분 이래 개인정보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5년 디지털 보안 업체 젬알토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개인정보 해킹 사건은 154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억건이 넘는 정보가 유출이 됐는데, 당시에도 알리익스프레스는 사건 명단에 올랐다.
문제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국내에서 제재할 뾰족한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경우, 네트워크안전법을 통해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 국가정보법에는 국가 보안 및 공작 활동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사용자가 앱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 활용 조항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고 동의를 누를 경우,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일단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현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처리방침, 국외 이전, 안전 조치 의무 등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주가 될 전망이다. 개인정보위 측은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부 처벌 방식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 업계에서는 국내 이용자들의 중국 플랫폼 사용이 늘어난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보안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준수하지 않아 이용자 정보가 넘어가거나 유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이미 늦다"라며 "개인정보 발자취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국내법 적용 등을 다각화하는 안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개인정보 외에도 '짝퉁' 유통 의혹과, 유해 및 선정성 광고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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