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가 전년보다 하락한 회계연도 2024년 2분기(지난해 11월~올 1월) 성적표를 받았다.
주요 고객들이 지출을 제한하면서 네트워킹 장비 재고가 쌓인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스코 측은 올해에도 수요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스코가 네트워킹 장비를 넘어 인공지능(AI)·보안을 필두로 체질 개선에 나선 만큼, 새로운 수익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대규모 감원 또한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14일(현지시간) 시스코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회계연도 2024년 2분기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해당 기간 매출은 128억달러(약 17조740억원), 순이익은 26억달러(약 3조468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5% 하락한 수준이다. 주식 보상 등을 뺀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87센트로, 전년 동기 88센트보다 줄었다.
시스코 측은 실적 변동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척 로빈스(Chuck Robbins)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 콜에서 "거시적인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통신 및 케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사들이 구매 지출과 추가 투자를 줄이기 시작한 만큼, 재고 정리를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취지다. 조 브루네토(Joe Brunetto) 써드브릿지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네트워킹 하드웨어 재고 축적 문제는 이르면 2024년 하반기, 혹은 2025년 초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분위기 속 시스코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 하향 ▲대규모 감원 등도 현실화했다. 시스코는 연간 매출을 515억~525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치 542억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전 세계 인력의 5%를 감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약 425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스코코리아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지 아직 밝혀진 내용은 없다. 국내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공공을 제외한 한국 사업 또한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주요 고객사 수장이 바뀌면서 '빅딜' 수주가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시스코코리아 또한 감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사업 다변화로 새 활로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는 의미다.
시스코에 따르면 현재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AI 기반 사업 포트폴리오는 ▲네트워킹 ▲보안 ▲협업 ▲가시성(옵저버빌리티) ▲고객경험(CX), 다섯 가지로 나뉜다. 각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스플렁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스플렁크는 AI 기반 제품 '스플렁크 AI'를 출시하며 보안정보 및 이벤트관리(SIEM) 및 가시성 영역을 통합했다.
시스코는 지난해 말 AI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공개하며 본격 AI 보안 사업을 확장했다. AI 어시스턴트(조수)라고도 불리는 이 솔루션은 기업 보안 정책을 분석하고, 웹·이메일·네트워크 등에서 발생하는 보안 이슈를 점검하는 기능적 역할을 한다. 해당 기능은 시스코 보안 플랫폼 '시스코 시큐리티 클라우드'에 탑재됐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용 AI 인프라 솔루션에 협업하며 관련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한편 시스코코리아 측은 이번 실적, 감원 및 향후 전략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른 네트워크 기업 관계자는 "2022년 11월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을 당시에도 시스코는 인력 운용비를 줄여 신성장동력에 투입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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