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한국방송협회가 국내외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요구한 '회원사 저작물 AI 학습 이용 여부 확인 요청 의견서'에 대해 현재까지 한 곳도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협회는 회신 마감기한이 내년 1월 12일인 만큼, 해당 시기에 맞춰 빅테크 기업들이 관련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방송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네이버·카카오·구글코리아·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에게 발송한 의견서에 대해 관련 회신을 접수받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방송협회는 생성형 AI를 비롯해 AI 서비스를 시작한 빅테크 기업들이 회원사(39개 방송사) 뉴스·오디오·영상 콘텐츠를 AI 학습에 이용할 경우, 별도의 보상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발송한 바 있다.
해당 의견서의 주요 내용으로는 ▲별도의 이용허락 없이 KBS, MBC, SBS 등 한국방송협회 회원사의 과거 및 최신 뉴스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뉴스·영상·오디오 콘텐츠 AI 학습 이용 금지 ▲협회 회원사 소유 저작물(뉴스콘텐츠 및 모든 형태의 영상 콘텐츠 등)의 AI 학습 이용 여부 및 향후 이용 계획에 대한 확인 ▲AI 학습에 협회 회원사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보상 협의 필요 ▲AI 학습 이용 데이터 출처·내용 및 데이터 취득 경로 공개 등이다.
이는 생성형 AI로 가속화될 기존 광고, 저작권료 수익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방송협회 측은 설명했다. 방송협회는 지난 9월부터 회원사 법무팀·지식재산권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학습에 대한 저작물 이용 보상 요구는 비단 방송협회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가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면서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저작권을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AI 학습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소송도 발생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사 뉴욕타임스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생성형 AI를 개발·운영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생성형 AI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주장인데, 이번 소송을 통해 언론사 뉴스가 거대언어모델(LLM) 등 AI 학습 과정 중 저작물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애플은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언론·출판사와 접촉해 저작물 이용료 관련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애플은 ▲IAC(잡지 피플·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 운영사) ▲콘데 나스트(잡지 보그·뉴요커 발행사) ▲NBC뉴스 등과 뉴스 콘텐츠 사용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애플이 저작물 이용료로 책정한 금액은 최소 5000만달러(약 6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에 대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7일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함께 공개했다.
해당 안내서에는 '저작권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 AI 사업자는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해 AI 사업자 등 저작물 이용자는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저작물이라도 저작권자 허락 없이 이용해서는 안 되며, 학습용으로 복제한 데이터를 계속 보관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관련 계약을 통해 이용 목적·범위·기간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AI 학습 시 정당한 저작물 이용 가치를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구체화 되면서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방송협회 회원사 콘텐츠를 이용할 시 정당한 대가를 치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의견서에 대해 회신을 준 기업은 없다"며 "마감시한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년 1월 초가 지나야 회신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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