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트위치 철수 예고로 아프리카TV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진 상태에서 국내 빅테크 네이버가 참전을 선언했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 양사 간 경쟁이 본격화됐는데, 이는 내년 트위치가 자리를 내줄 경우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인터넷 방송 통계 웹페이지 소프트콘 뷰어십에 따르면, 치지직의 이용자 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약 5446명을 기록했다. 같은 날 1위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는 3만2119명을 기록했고, 트위치(Twitch)는 2만8863명으로 뒤를 이었다.
1인 방송 채널 기준으로는 치지직이 더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는 3만명이 넘는 BJ(Broadcasting Jockey, 아프리카TV 1인 미디어 진행자) 및 스트리머(트위치 인터넷 방송인)가 방송 중이었지만, 치지직은 단 22명이 방송을 진행했다.
즉, 치지직에서 방송하는 1인의 시청자 수는 약 250명 수준이다. 아프리카TV는 BJ 1명당 약 1명 수준의 시청자를 보유한 셈이다. 이처럼 네이버는 트위치 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에게도 적극 공세를 펼치며 주요 시청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가 시동을 건 시점은 트위치 철수 전후다. 앞서 미국 아마존 자회사 트위치는 내년 2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네이버가 치지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치고 나왔다. 트위치에서 활동했던 웹툰 작가 출신 인터넷 방송인 ‘침착맨’(이말년) 등이 지난 19일 치지직에서 시험 방송을 진행했다.
한동안 게임 사업과 거리를 뒀던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진출을 본격 선언한 만큼, 당분간 스트리머 확보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진출 주자였던 아프리카TV는 네이버라는 대형 적수에 반기를 들었다. 아프리카TV는 우선 기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까지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서수길 아프리카TV 최고BJ책임자(CBO)는 최근 한 인터넷 방송에서 내년 3월 아프리카TV 이름을 ‘숲(SOOP)’으로 바꾸고, 사명도 아프리카TV에서 ‘숲.코리아’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프리카TV는 국내 기준 트위치 다음으로 시청자 수가 가장 많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점유율은 트위치 52%, 아프리카TV 45%다.
소프트콘 뷰어십에 따르면 지난 21일 치지직 시청자가 11만명에 달한 최고 시청 시점에 트위치의 500대 스트리머 시청자는 약 30만 명이던 지난주보다 7만명가량 급감했다. 아프리카TV 500대 스트리머 기준 시청자는 전주보다 약 3만명 증가하며 트위치와 격차를 근소한 수준으로 좁혔다.
아프리카TV도 네이버처럼 방송인과 시청자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스트리머가 BJ로 방송을 시작할 경우 파격 우대를 제공하며 웰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특히 아프리카TV는 스트리머가 트위치TV를 통해 방송한 시간을 최대 400시간까지 인정해준다.
추후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에서 100시간 이상 방송을 진행할 경우, 총 500시간 이상이 인정돼 베스트BJ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단, 해당 혜택은 웰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간인 이날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BJ로 전환하는 스트리머에게만 적용된다.
아프리카TV가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파격 우대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 치지직과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네이버 치지직으로 많은 게임 스트리머들이 이동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다만 아프리카TV에도 최근 국내 트위치 시청자 1위 스트리머인 ‘우왁굳’이 이적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트위치 빈자리 수혜는 양 사 모두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프리카TV는 트위치 사업 철수로 오히려 국내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며 “네이버는 규제 이슈를 피하고자 게임 및 e스포츠 위주로 스트리머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프리카TV는 보이는 라디오에 강점을 가진 만큼 관련 콘텐츠를 운영하는 스트리머 확보에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트위치의 트래픽 대부분은 치지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실적 기여도가 높은 이른 바 ‘여캠’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로 이적한다면 유의미한 실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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