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필두로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창사 이래 최고 위기에 놓인 카카오가 당장 내년부터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위해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건다.
쇄신 선봉장에 선 인물은 카카오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지목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다. 내년 3~4월을 기점으로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들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정신아 내정자를 시작으로 최고 경영진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3일 오전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는 정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 내정자는 2024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1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에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의 전격 발표다.
현재 카카오는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에 따라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되고, 김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까지 검찰 수사망에 오를 정도로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해묵은 지적인 문어발식 사업구조와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차치하고서도 카카오 위기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와 같은 잇단 경영진 도덕적 해이 문제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플랫폼 택시 수수료 갈등 ▲모빌리티·VX·헬스케어와 스타트업들 간 아이디어·기술 탈취 분쟁 ▲카카오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등 최근 1~2년 새 굵직한 사건만 여럿이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위원장이 창업자로서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것도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쇄신을 추진할 주체로 내부 조직인 경영쇄신위원회와 독립된 외부 감시조직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도 변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급한 해결 과제는 결국 ‘경영진 물갈이’라는 평가가 업계에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최고 경영진 측근들이 회사 요직을 맡는 ‘브라더(brother·형제) 경영’ 대표 주자로 손 꼽힌다.
지난 2021년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지만,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내정자 신분과 카카오페이 대표에서 물러난 류영준 전 대표는 김 위원장과 삼성SDS에서 친분을 쌓은 사이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로 취임 7개월 만에 사임한 뒤 주가 하락 중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원을 챙긴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김 위원장이 지난 1998년 삼성SDS를 퇴사한 후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 동고동락한 관계다.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김 위원장과 대학 동기이며,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이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세운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김 위원장과 ‘호형호제’하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범수의 남자’, ‘김범수의 복심’, ‘김범수 키즈’ 모두 카카오 임원들을 칭하는 용어들이다.
김 위원장이 대학이나 직장에서의 인연이 없지만, IT 생태계에 눈이 밝은 전문가로 평가받는 정 내정자에 운전대를 맡긴 것도 자신의 인맥으로 형성된 ‘카카오 카르텔’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다만, 그간 지적된 쇄신 대상이 돼야 할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CEO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인적 쇄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본사 CEO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대기 중인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진 교체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외에도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등이 모두 내년 3~4월 임기가 종료된다. 김 위원장 ‘오른팔’인 배 투자총괄대표 경우 임기 만료일은 오는 2025년 3월이지만, 구속 상태로 재판 받게 됐다는 점에서 경영 공백에 따른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차기 대표 내정 소식이 알려진 후 입장문을 통해 “대표 교체는 인적 쇄신 시작”이라며 “과거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례와 같이 사퇴한 임원들에 대해 특혜가 제공된다면 쇄신과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기에 후속 인사 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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