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가 사라진 이후 정부와 사업자간 도매대가 협상도 표류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더 이상 ‘협상’의 의무가 없는 상황으로, 매년 이뤄지던 도매대가 인하가 올해는 불투명해지면서 알뜰폰 업계 우려가 커진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일몰된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의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알뜰폰 사업자에 반드시 망을 제공하도록 이동통신 1위 사업자(SK텔레콤)에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지난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에서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가 3차례 연장 끝에 지난해 9월 종료됐다.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일몰되면서, 매년 이뤄졌던 정부와 SK텔레콤간 도매제공 협상도 올해에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사에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는데, 그동안에는 정부가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SK텔레콤과 협상을 벌이고 도매대가 수준을 결정해 왔다. 특히 정부가 나선 협상을 통해 알뜰폰 도매대가는 매년 인하돼 왔고, 늦어도 11월 무렵에는 도매대가 인하를 포함한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는 수순이었다.
정부를 통한 도매제공 협상이 사실상 멈추게 된 상황에서, 알뜰폰 업계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협상 없이 이제 사업자마다 개별 협상을 해야 하는데, 사업자들도 도매제공 의무가 연장되겠거니 하고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통 통신사와 협약을 맺는 일정이 내년 1분기다 보니 아직은 피부로 와 닿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협상이 본격화 되면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업체들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통신사들은 계속 저렴한 신규 요금제를 내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도매제공도 없고 도매대가 인하도 없다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요금제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으로, 통신사에 지불하는 도매대가가 낮아야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도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선 협상에서도 그동안 주력 LTE나 신규 5G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폭은 1~2%p에 그쳐 왔고, 이것이 개별 협상으로 전환될 경우 인하 수준은 더욱 인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일단 국회 입법 동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제 사업자와 도매대가 협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알뜰폰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정도로 하고 있다”며 “도매제공 의무를 연장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 계속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선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 연장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입법 여부 자체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은 알뜰폰 시장이 이미 자생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조만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알뜰폰 법안을 상정할 예정으로, 정부와 알뜰폰 업계가 도매제공 의무 연장 필요성을 얼마나 소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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