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대표 최주희)'이 네이버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드라마를 연달아 공개한다. 티빙은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를 편성함으로써 플랫폼 유입도를 높이는 한편 완결성 높은 콘텐츠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3일 티빙에 따르면, 오는 24일 네이버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오진날'을 오픈하며 다음달 15일에는 '이재, 곧 죽습니다'를 오리지널로 편성한다. 두 작품 모두 네이버웹툰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만큼, 원작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원작에 숨겨진 의미…반전에 반전을 더한다=운수오진날은 돼지꿈을 꾼 이후 장거리 손님을 태워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택시기사 '오택(이성민 분)'이 목포행을 제안한 손님이자 살인마 '금혁수(유연석 분)'와 동행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인마와 마주하게 된 한 택시기사의 섬찟한 심리전은 2020년 '아포리아' 작가가 연재한 동명의 웹툰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만, 원작 웹툰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황순규(이정은 분)' 캐릭터가 추가되며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황순규는 운수오진날에서 금혁수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 '남윤호(이강지 분)'의 어머니이자, 끝까지 금혁수를 쫓는 추격자 역할을 담당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운수오진날은 현진건 작가의 '운수좋은날'을 연상케 한다. 가난한 인력거꾼 '김첨지'가 평소와 달리 많은 손님을 받아 제법 큰 돈을 벌어 설렁탕을 사들고 집에 갔지만 정작 병든 아내의 최후를 본다는 내용의 해당 소설은 반어적 표현의 대명사가 됐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운수오진날에서 '인력거'의 역할은 '택시'가 되고 '목돈을 만지는 상황'은 '장거리 손님을 태운 상태'가 된다.
주제를 관통하는 역설적 메시지도 '자신에게 큰 돈을 안겨줄 것으로 알고 있던 장거리 손님이 알고 보니 살인마였다'는 무시무시한 상황으로 대변한다. 운수오진날의 '오지다'는 표현은 자칫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급식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는 표준어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을 선사한다.
◆볼거리 한 가득 멀티캐스팅, 이유가 있었네=다음달 15일부터 공개되는 이재, 곧 죽습니다는 2019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이제 곧 죽습니다'를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원작과 달리 영상화된 작품 제목은 웹툰 속 주인공의 이름 '최이재'를 차용해 '이재, 곧 죽습니다'로 설정됐다.
원작 웹툰이 연재 당시 인기 웹툰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이재, 곧 죽습니다는 제작 발표 당시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다. 특히 주인공 '최이재' 역을 맡은 서인국 외에도 ▲박소담 ▲김지훈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고윤정 ▲김재욱 ▲오정세 등 화려한 멀티캐스팅 라인업이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이재, 곧 죽습니다가 정상급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이유는 원작의 서사 때문이다. 원작 웹툰은 취업도 안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최이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13번의 환생을 겪으며 연달아 '죽음'과 마주한다.
영상화된 이재, 곧 죽습니다도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간다. '최이재(서인국 분)'가 '죽음(박소담 분)'이 내린 심판으로 인해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며 펼쳐지는 인생 환승 스토리가 극의 골자다. 이 과정에서 최이재가 환생해 살아가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멀티캐스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해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한편 '죽음을 가볍게 여겼던 주인공이 12번의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역설적 메시지도 전달할 계획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 선례 "웹툰 IP는 양날의 검"=티빙이 오랫만에 웹툰 IP 오리지널 드라마를 편성해 시청층 확대를 도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방과 후 전쟁활동'의 선례를 따라가게 될 가능성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동명의 네이버웹툰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티빙 오리지널 '방과 후 전쟁활동'은 원작의 긴장감 있는 전개와 괴생명체인 '구체'를 이질감 없이 표현하며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원작과 180도 다른 엔딩과 주인공이 한 순간에 바뀐다고 느낄 정도의 무리한 설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2012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하일권 작가의 원작 웹툰이 연재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영상화된 방과 후 전쟁활동은 크나큰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티빙 오리지널로 편성된 운수오진날과 이재, 곧 죽습니다도 '웹툰 IP가 가진 양날의 검'에서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원작 웹툰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방영 전부터 높은 기대치가 형성돼 있어 자칫 공개 후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도록 '변주'를 준 것으로 알려져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고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웹툰 IP 콘텐츠는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만큼 인지도와 완성도를 보장받지만 원작을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인지도와 완결성을 보장받는 만큼 각색이라는 변수가 콘텐츠의 성패를 가늠하고, 플랫폼의 유입률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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