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전사적자원관리(ERP)'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약 60년 전 미국 제조산업에서 재고 현황을 관리하기 위해 '자재수급계획(MRP)'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 시초다. 혹자는 제조 스케줄을 관리하는 '경제주문수량(EOQ)' 시스템이 ERP의 시작점이라고 말하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ERP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ERP 역사는 1990년대에 본격 시작됐다. 그 시작점에는 ERP 전문 업체 영림원소프트랩이 있다.
그렇다면 영림원소프트랩을 이끄는 권영범 대표이사는 어떤 인물일까.
권영범 대표는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 ERP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사업가다.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학사)를 졸업해 뉴욕주립대 기술경영(석사) 과정과 미국 USA MBA를 거쳤고, 이후 삼성전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 선임연구원, 큐닉스데이타시스템 사업부장을 역임하다 1993년 영림원소프트랩을 창립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권 대표를 칭할 때 'ERP 선구자'라는 타이틀이 따라붙기도 한다. 불모지였던 국내 ERP 시장에서 최초로 한국형 ERP 'K-시스템(System)'을 선보였고, 이후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시장 변화에 따라 진화한 ERP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엔지니어 시절 쌓았던 역량은 영림원소프트랩의 사업을 전개할 때 힘을 실어줬다. 권 대표는 한국형 ERP K-System 개발 총괄 설계와 감독을 맡았고, 이후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사업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Global Creative Software) 개발 과제에도 총괄 책임 역할을 했다.
이제 영림원소프트랩은 연 매출 575억원(2022년 기준) 기업으로 성장했다. 온프레미스(K-System)와 클라우드 SaaS(시스템에버) 등 다양한 운영 환경의 제품들이 고른 성장세를 보인 덕이다. 기업·공공기관·해외(중국·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를 망라해 2400여곳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장'이라는 호칭으로 통한다. 서로를 'oo님'이라고 부르는 조직 내 수평 문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권 대표가 영림원소프트랩에 가진 애정도 영향을 끼쳤다.
권 대표는 '대표' 자리에 있지만 '실무자'인 느낌을 준다. 주요 행사 때 환영사만 하고 사라지는 다른 대표들과 달리, 영림원소프트랩의 사업을 세부적으로 소개하는 무대에 직접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진과 나란히 앉아 취재진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11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영림원소프트랩 3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권 대표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지난 30년간 영림원소프트랩이 시장 변화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창업 전 다른 기업에서 메인 프레임을 PC로 다운사이징하는 국내 최초 프로젝트를 맡았고, 그 과정을 함께했던 이들과 영림원을 시작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세계 기술 추세에 가장 선두에 발맞춰 온 것이 영림원소프트랩의 30년 발전을 이끈 계기라 생각한다"라며 "이제는 새 도약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의 새 목표는 영림원소프트랩이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하는 ERP 회사로 진화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 것이다.
현재 회사는 AI 기술이 접목된 솔루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AI 기술이 접목된 'K-System AI 경영분석'이 있다.
AI 전략에도 권 대표의 포부가 녹아있다. 권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AI 시대가 천천히 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챗GPT의 등장과 함께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라며 "기반기술연구소, 시스템경영연구소 등 모든 R&D 역량을 총동원해 AI ERP를 완성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영림원소프트랩의 창립 40주년 행사에 어떤 AI 성과가 나오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권 대표가 영림원소프트랩을 'AI ERP 대표주자'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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