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메모리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줄기 빛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절대적인 비중은 아직 작은 편이나 중장기적으로 ‘반등의 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HBM 역시 K메모리가 선점해나가는 흐름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메모리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개발돼왔다. 5세대는 SK하이닉스 ‘HBM3E’, 삼성전자 ‘HBM3P’로 나뉜다.
이 제품은 3세대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반 D램보다 최대 10배 비싼 가격으로 가성비 측면에서 불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GPT를 필두로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확산함에 따라 다뤄야 할 데이터양이 대폭 늘면서 고성능의 HBM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HBM은 AI 관련 서버에서 가속기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단짝으로 부상한 상태다.
현시점에서 HBM 선두주자는 SK하이닉스로 꼽힌다. 엔비디아, AMD 등과 밀접하게 협력을 이어오다가 HBM3부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쟁취하는 등 경쟁사 대비 한발 앞서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5세대 HBM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도 했다.
다소 뒤처지기는 했으나 삼성전자도 2~3세대에서 주도권을 잡았었고 전통의 메모리 강자인 만큼 HBM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패키징까지 자체 처리하는 ‘턴키’ 솔루션으로 AMD에 이어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HBM 부문에서도 한국 메모리가 득세하는 형국이다.
메모리 3위 미국 마이크론도 HBM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HBM 시장규모는 2022년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2027년 51억77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로 5년새 약 5배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36%를 넘어선다. 상승세가 분명한 만큼 마이크론도 채비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5세대, 2026년 6세대(HBM4)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갈수록 수익성이 극대화하기 때문에 HBM를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도 만만치 않은 회사지만 당분간은 국내 기업들이 HBM 분야를 독점하다시피 할 것”이라며 “격차를 유지 또는 벌리기 위해서는 HBM을 쌓는 적층 기술은 물론 첨단 패키징 역량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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