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웹툰이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하는 바가 명확했던 출판물업계와 달리, 작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었기 때문이다. 이건 업계에서 유일무이한 사례다.”
김규삼 작가는 29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서울 스페이스에이드 드림홀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 K-웹툰에 묻다’를 주제로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네이버웹툰 초창기에 기존 만화계는 ‘이것이 무슨 만화냐’라는 반응도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작가는 기존 만화 출판물을 거쳐 네이버웹툰에서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쌉니다천리마마트’ 등을 연재해 온 작가다. 그는 창작자로서 플랫폼이 디지털화될수록 상상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회고했다. 출판물은 유통 측면에서도 여러 제한이 많았지만, PC에서 모바일로 채널이 변화하면서 콘텐츠 확장성도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콘텐츠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웹툰 산업 성과와 플랫폼 미디어 경영 간 시너지 관계에 주목했다.
장민지 경남대 교수는 “어떤 업계든 1인 창작자가 주목받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2009년쯤 네이버웹툰에 창작만화 게시판인 ‘도전만화’가 생기면서 정보 접근성이 낮았던 만화 작가 등단 시스템 외에도 다양한 데뷔 루트가 열렸다는 것이 웹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장민지 교수는 웹툰만의 수직 스크롤 방식이 영상화하기에 적합한 형태라는 점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웹소설 영상화보다 웹툰 영상화가 더 많은 이유는 웹툰이 영상화 전 단계 모습을 띠고 있어서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시기 이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산업이 활성화하면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가져다줄 수 있는 분야가 결국 웹툰 산업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웹툰이 플랫폼 비즈니스와 콘텐츠가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독보적인 케이스라는 점에서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소수 방송사만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제공해야 할 콘텐츠도 많이 필요해졌다”며 “플랫폼사 입장에서도 큰 제작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데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웹툰”이라고 부연했다.
김형진 명지대 교수 역시 웹툰 산업 활성화 요인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김형진 교수는 “콘텐츠 산업은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는 도박에 가깝다”면서 “IP를 모으는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웹툰 IP 경우, 이전에 수요가 어느 정도 검증된 만큼 모객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웹툰 원작이라는 특성상 내용 전개에 대한 독자 관용성이 높은 장르라는 것이 김 교수 생각이다.
일각에선 웹툰 플랫폼 수수료가 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산학계는 업계별 특성이 달라 단순 수치 비교는 무의미하나, 플랫폼이 수수료를 받는 만큼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창작자 기준에서도 플랫폼 등장으로 이전보다 기회 많아지고 전체적인 효용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플랫폼들은 이 돈을 받아야 할 명확한 당위성 내지는 확신이 있다. 타 산업 대비 많고 적음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대체될 만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작가와 플랫폼 간 갈등이 벌어지면 플랫폼이 이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플랫폼이 받는 수수료에 따른 역할을 더 잘 해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환 부경대 교수도 “웹툰 플랫폼은 마케팅과 운영 지원을 병행하는 한편, 콘텐츠를 유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퍼블리셔’ 역할을 한다”며 “정산 시스템 투명화는 필수적이나, 단순 유통 플랫폼과 웹툰 플랫폼이 창작자를 돌보며 협업하는 기능은 또 다른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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