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전기차용 차세대 2차전지(배터리) 개발을 위한 각국,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극재보다 관심도가 낮아던 음극재 분야에선 최근 실리콘음극재를 중심으로 신규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추세인데요. 일각에선 이미 실리콘음극재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리튬메탈 음극재’죠.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시 양극에서 오는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사용 시 방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로 충전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한번에 저장 가능한 리튬이온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에너지밀도 개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밀도, 충전속도, 내구성의 삼박자를 갖춘 음극재 개발은 양극재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프리미엄 양극재 개발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요즘은 음극재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난 추세입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음극재 소재는 흑연입니다.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데다가 안정성까지 높죠.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충전속도가 느립니다. 지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리콘 음극재가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고 충전 속도도 빨라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 소재로 이상적입니다.
반면 충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가 부풀어 올라 고장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아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실리콘의 화학적 특징이므로 아직 '100% 실리콘' 음극재는 없고 흑연 음극재에 5% 전후로 실리콘을 섞는 정도로 일부 고가형 전기차에 쓰이고 있죠.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리튬메탈 음극재는 흑연 대비 에너지밀도가 이론상 10배에 달합니다. 실리콘도 유사한 밀도를 구현할 수 있지만 음극재로서의 잠재력은 리튬메탈이 더 큽니다. 리튬은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가벼울수록 차량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가벼우면서 에너지밀도가 높은 건 확실한 장점입니다. 동일한 무게라면 흑연 대비 50% 이상 많은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는 만큼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수 있죠.
게다가 리튬이온전지에 리튬메탈 음극재가 적용되면 이동한 리튬이온과의 호환성 및 반응성이 뛰어나므로 충전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들이 배터리 수명 관리에 좋지 않은 급속충전을 활용해도 완충까지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고려하면, 구조적인 충전속도 개선은 차량용 배터리 경쟁력 향상을 위해 꽤 중요한 요소입니다. 리튬메탈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제조공정을 상당 부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다른 차세대 배터리보다 유리한 대목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사용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음극 표면에 적체되며 뿌리처럼 자라난 결정체(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훼손하는 문제 해결이 주요한 문제로 꼽힙니다. 이는 배터리 화재와 폭발로 이어지기 쉬워 연구계가 반드시 해결하는 과제입니다.
또한 리튬음극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려면 가능하면 얇은 리튬메탈을 사용해야 배터리 에너지 밀도 등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 같은 가공 기술도 난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국내에선 이 같은 리튬메탈을 아직 전량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리튬메탈이란 소재가 갖는 음극재로서의 이상적인 잠재력과 효율성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기술적 난제에도 ‘차세대’를 노리는 기업과 학계가 리튬메탈 음극재 연구를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국내에선 2021년 현대자동차가 일찍이 미국의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와 전기차용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협력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어 2022년 4월 롯데케미칼이 리튬메탈 음극재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2억달러를 투자해 리튬메탈 음극재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올해는 지난 5월 포스코그룹이 SKC와 손잡고 리튬메탈 음극재를 비롯한 차세대 음극 소재 공동개발을 약속했습니다. 학계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지난 2월 탄소섬유 페이퍼를 음극소재로 사용해 리튬메탈 배터리의 내구성을 3배 이상 향상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고 발표했죠. 이는 덴드라이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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